김동영 팀코리아 대표 "내년 요트월드컵서 기적 보게 될 것"
“처음엔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죠. 아메리카스컵(America’s Cup)에 처녀 출전한 팀코리아가 매 경기 이변을 만들어내면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했어요.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축구대표팀이 브라질을 이기는 경우라고나 할까요.”

‘바다 위의 포뮬러원(F1)’ 아메리카스컵에 한국팀으로는 사상 처음 출전한 팀코리아가 세계 요트계에 이변을 이어가고 있다. 김동영 팀코리아 대표(40·사진)를 20일 만나 아메리카스컵 도전기를 들어봤다.

국제 스포츠 이벤트 가운데 가장 긴 16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메리카스컵은 전 세계 요트선수들이 평생의 목표로 삼을 만큼 최고 권위를 지닌 대회로 ‘요트의 월드컵’이라고도 불린다. 4년에 한 번 열린다. 내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회를 앞두고 예선전 격인 월드시리즈 10개 대회가 지난해부터 내년 5월까지 세계 주요 항구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다.

3개 대회를 치른 월드시리즈에서 팀코리아는 9개팀 가운데 4위를 달리고 있다. 영국 플리머스 대회에선 역대 우승팀인 오라클 레이싱팀 등 강팀을 차례로 꺾으며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 대표는 “꼴찌만 면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걱정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우리 팬이 됐다”며 “요트계에선 팀코리아 팬이 가장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미국의 CNN이 팀코리아 이야기를 보도하기도 했다.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고 2007년부터 아메리카스컵에 참가한 중국팀이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꼴찌인 것에 비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열악한 경제적 여건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요트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탓에 아직 후원사를 찾지 못해 ‘코리아’란 이름만 달고 출전 중”이라며 “내년 본선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후원사를 찾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팀 등의 4년간 예산이 800억~1000억원에 이르는데 팀코리아의 예산은 거의 없는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주용 요트에 승선할 선수가 5명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후보 선수가 한 명도 없어 부상자라도 생기면 정비 담당 스태프가 대신 출전해야 할 형편이다. 다른 팀은 60여명이지만 팀코리아는 최소 인원인 16명에 불과하다.

경주용 요트도 한 척밖에 없다. 뉴질랜드팀이나 미국팀은 같은 요트를 한 척 더 만들어 대회 기간에도 실전처럼 연습하고 있다.

더 급한 문제는 내년 본선에서 사용할 요트를 만드는 것이다. 새 요트는 선체 길이가 45피트에서 72피트로 늘어나며 선수도 5명에서 11명으로 늘어난다. 최고 속도는 시속 32노트(약 시속 64㎞)로 해군 구축함 속도(30노트)를 뛰어넘는다. 내년 1월까지는 제작을 마치고 연습을 시작해야 하는데 여기에 120억원이 소요된다. 김 대표는 팀 예산을 요트 제작과 인건비 등으로 최소화한 300억원 정도로 잡고 후원사를 찾기 위해 뛰고 있다.

팀코리아는 내달 7~15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리는 월드시리즈 출전으로 아메리카스컵을 향한 도전을 이어간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