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왕 "出禁조치로 회사 망할 판"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사진)이 국세청에 출국금지를 풀어달라는 탄원서를 다시 제출한다.

시도상선 측은 21일 “검찰과 국세청은 권 회장에 대해 2010년 12월11일부터 오는 6월10일까지 1년6개월 동안 출국을 금지시켰다”며 “선박금융 등 해외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어 작년 말 탄원서를 제출한 데 이어 조만간 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혁 회장도 기자와 만나 “외국 금융회사들은 35억달러에 달하는 선박금융을 빨리 갚으라고 독촉하면서 나와 직접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이러다간 있는 배도 다 잃게 생겼다”고 애로를 호소했다. 그러지 않아도 해운업 불황 등으로 작년에만 30척을 매각, 선단 규모가 120척으로 줄어든 상태라는 것. 그는 “명색이 국제 해운업계의 대표적 최고경영자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 숨으면 어디 숨겠느냐”며 당국에 선처를 요청했다.

현대자동차 일본 지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권 회장은 1994년 일본으로 건너가 혼자 힘으로 해운업을 일으켜 한때 선박을 200척까지 보유했던 ‘선박왕’이 됐다. 국내 조선소에도 3조6000억원어치에 해당하는 선박 70척을 주문하기도 했다. 2005년에 본사를 일본에서 홍콩으로 옮겼고, 선박국적은 국제적 관행에 따라 조세피난처 케이맨이라는 곳에 뒀다.

그러나 검찰은 실제로 국내에 장기 거주하면서 생활했다는 점을 들어 탈세, 횡령 등 혐의로 권 회장을 기소했다. 이에 대해 그는 “나는 법률상 국내 비거주자에 해당돼 해외소득에 대해 소득세 납부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시도상선 등 자산 대부분도 국외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20일 반포·서초세무서를 상대로 세금부과(소득세 3051억원, 법인세 1500억원)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다음달 19일 시작하는 공판은 한 달 간격으로 진행돼 연말께 1심 선고가 날 예정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