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글로벌포럼 2012]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 효과적…경협 돌파구 돼야"
21일 ‘북한 경제와 남북 경협의 변화 관리’라는 주제로 진행된 포럼 오후 세션에서 참석자들은 꽉 막힌 남북 경협을 위한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남북 및 러시아 등 3개국이 참여하는 가스관 연결 사업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데 공감했다.

◆경제특구 성공 확률 낮아

발표자로 나선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북한이 체제 유지와 경제 재건을 위한 방법으로 선택하고 있는 경제특구에 대해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황금평이나 나진·선봉 등 경제특구를 선택했지만 선군 정치, 다른 지역과의 연계 제한 등을 포기하지 않는 한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북한이 2008년 개성공단에서 얻은 수입은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0.5% 수준인 4300만달러에 불과해 북한 입장에서는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오히려 상업적 거래에 기반한 미시적인 기업 거래가 북한 경제에 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주로 북·중 접경지대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비즈니스의 현황과 변화를 면밀히 살펴 대북 경제정책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금은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경협사업이 중단된 상태”라며 “김정일 사후 북한 체제의 불확실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만큼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하는 수단으로서 남북 경협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경제 글로벌포럼 2012]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 효과적…경협 돌파구 돼야"

◆가스관 연결로 남·북·러 공동 이익 기대

김경술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 가스관 사업에 대해 “사상 최대 남북 협력 프로젝트인 만큼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으로서도 파이프라인 통과료로만 연간 1억~1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경제적 수익이 예상돼 중국에 편향된 경제적 불균형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로서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라는 게 김 위원의 분석이다. 현재 경색돼 있는 남북 관계 개선 및 북핵문제 논의의 돌파구로 활용할 수 있는 데다 남북 통합 에너지 수급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란 얘기다.

다만 공사 및 운영 과정에서 북한의 정치적 리스크가 남아 있는 만큼 남·북·러 3국 간 공급안정보장 협정을 체결하고 배관감시위원회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김 위원은 지적했다.

◆기존 협력사업도 복원해야

개성공단 등 기존 경협사업을 복원,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피터 벡 아시아재단 한국 대표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한국 속담이 있듯이 지금 북한으로서는 그런 구멍이 바로 개성공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악의 남북 관계 상황에서도 개성공단은 계속 좋아지고 있어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에서 주체사상의 개념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만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남북 경협이 중단된 이후 북한 경제의 대중 의존도가 심화돼 왔지만 굳이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며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북한의 제도가 국제화될 여지가 그만큼 많아졌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교수는 “다만 중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 미국 러시아 등 다자 간 협력 모델이 북한 경제 개발에 필수적인 요소”라며 “한국은 이를 위해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등 기존 남북 경협 사업을 단계적으로 복원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