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만 클래식 음악을 활용했지만, 요즘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도 클래식 음악을 접목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클래식 음악 저변이 넓어진 데다 문화와 관련한 활동이 기업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기업이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채널이자, 기업 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클래식 음악을 활용하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 마케팅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선 오페라나 콘서트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마케팅이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기존 공연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관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10월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공연 때 HD 기술과 대형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관객들이 마치 오케스트라 단원들 사이를 걸어다니며 음악을 듣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최근 클래식 공연에서는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사례처럼 관객들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파격적인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은 영상장비를 제공하거나 가상현실 기술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런 흐름에 참여할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도 기업에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대중이 함께 호흡하는 야외 클래식 공연이 활성화돼 있다. 대용량 음향 시스템이나 조명 시스템, 이동식 무대, 대화면 등을 기업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독일 지멘스는 매년 7~8월 잘츠부르크 음악제가 열릴 때마다 광장에 대형 화면을 설치,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관객을 위한 공연 하이라이트 영상을 상영한다. 일본 도요타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지원해 클래식 음악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클래식 음악 대중화를 위한 활동을 통해 고품격 이미지와 대중 친화적 이미지를 동시에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신흥국 시장의 잠재력에도 주목해야 한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클래식 음악도 아시아 남미 등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시장이다. 유럽과 미국의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이 점차 고령화하고 있는 데 비해 신흥국의 음악 애호가들은 비교적 젊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10여년 전부터 매년 ‘베이징 음악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으며, 2006년 중국 내 젊은 실내악 연주자들을 모아 ‘CS 실내악 서클’이라는 악단을 결성했다. 신흥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자 하는 기업은 올림픽 월드컵 등 신흥국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대형 이벤트를 클래식 음악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안도 찾아볼 필요가 있다.

클래식 음악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은 일반적인 비즈니스 성공 원리와 비슷하다. 기존 방식을 답습하지 말고 업(業)의 특성에 맞는 방식을 찾아 핵심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그것이다. 아울러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말고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문화를 중시하는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자본이 예술을 오염시킨다는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클래식 음악 마케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정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jungho7.lee@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