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작은 게 과연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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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 논설·전문위원 /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작은 기업이 주류를 이루는 국가가 경제적으로 취약한 경우가 많다.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이 그렇다. 성가신 규제 때문에 성장하기 힘들었던 작은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임금과 생산성이 더 높고, 더 많은 세금을 내는 큰 기업이 부족한 점은 낮은 생산성, 경쟁력 상실 등 유로존 위기의 근본 원인과 관련 있다.” 영국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지가 최근호에서 지적한 내용이다. 제목은 ‘Small is not beautiful’. 독일 태생 영국 경제학자 슈마허의 ‘작은 게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를 뒤집었다. 결국 중요한 건 기업의 ‘성장’이라는 게 요지다.
‘逆성장’ 징후 곳곳에 넘쳐나
총선을 앞둔 여야의 기업정책 공약이 꼭 닮았다. 중소기업은 더 보호, 대기업은 더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성장 자체를 막겠다고 작심하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발상이다. 지식경제부의 ‘중견기업 육성론’ 주창은 지금도 기업 성장경로가 꽉 막혀있다는 고백이다. 성장은커녕 역(逆)성장 징후가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2003년~2008년 사이 중견기업의 40.9%가 중소기업으로 후퇴했다. 지식경제부는 이명박 정부의 2008~2010년 사이 380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주목할 부분은 따로 있다. 2007년 말 중견기업에서 2010년 말 중소기업으로 돌아간 경우가 139개사나 된다. 이 중 61개사는 매출이 줄어들지 않았음에도 중소기업으로 내려갔다. ‘기업 쪼개기’ 등 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는 증거다. 매출 감소 이외의 이유로 중견기업이 언제든 중소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단서도 있다. 중견기업의 54.5%가 중소기업 졸업 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은 게 조세혜택 축소다. 일종의 금단현상이다. 정부는 온갖 묘안을 다 짜내고 있다. 연구개발 세액공제율의 경우 중기 졸업유예기간 3년도 부족해 5년 완화기간을 추가하고, 그 안에서 또 구간을 쪼개 조정하는 방안을 이미 도입했다. 이것이 해법인지 의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혜택에 있다. 연구개발 세액공제만 해도 미국 중국은 대·중소기업 간 차별이 없다. 캐나다 프랑스는 1,2년만 특별 대우하고 나머지는 같다. 독일은 아예 그 제도가 없다. 중소기업 성장을 오히려 가로막는 이 차별적 혜택을 정치권은 더 확대하겠다고 야단이다. 중소기업기본법은 성역이나 다름없다. 법 목적에 ‘성장’이란 말이 있지만 허울일 뿐이다. 중소기업성장법이어야 할 것이 천년, 만년 중소기업잔류법이 되고 말았다.
역성장을 부추기는 건 과도한 혜택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은 면제 일변도, 대기업은 규제 일변도인 것도 요인이다. 규제를 실감한 중견기업은 후회가 절로 나올 판이다. 여기서도 본질은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다. 그런데도 그 규제를 정치권은 더 강화하겠다고 한다. 과도한 혜택, 과도한 규제를 줄여도 시원찮을 판에 역행에 역행을 거듭하는 게 지금의 정치권이다.
‘중소기업부 발상’ 이해 안돼
급기야 ‘중소기업부 신설’ 공약까지 나왔다. 차라리 이건 어떤가. 소기업·소상공인들도 불만이니 ‘소기업·소상공인부’도 만들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금지부’로 확대하자. 너무 심하다 싶으면 지경부는 ‘중견기업 고민부’ 정도로 놔두면 된다. 차별적 혜택, 차별적 규제에 전담 관료조직까지 더해지면 어떤 세상이 올지 자명하다. 누구나 쉽게 창업해, 그 중 성과가 뛰어난 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성과가 나쁜 기업은 빠르게 도태되는 그런 세상은 필요 없다. 오로지 작아야만 살 수 있다. ‘성장’은 입에도 올리지 못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逆성장’ 징후 곳곳에 넘쳐나
총선을 앞둔 여야의 기업정책 공약이 꼭 닮았다. 중소기업은 더 보호, 대기업은 더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성장 자체를 막겠다고 작심하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발상이다. 지식경제부의 ‘중견기업 육성론’ 주창은 지금도 기업 성장경로가 꽉 막혀있다는 고백이다. 성장은커녕 역(逆)성장 징후가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2003년~2008년 사이 중견기업의 40.9%가 중소기업으로 후퇴했다. 지식경제부는 이명박 정부의 2008~2010년 사이 380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주목할 부분은 따로 있다. 2007년 말 중견기업에서 2010년 말 중소기업으로 돌아간 경우가 139개사나 된다. 이 중 61개사는 매출이 줄어들지 않았음에도 중소기업으로 내려갔다. ‘기업 쪼개기’ 등 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는 증거다. 매출 감소 이외의 이유로 중견기업이 언제든 중소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단서도 있다. 중견기업의 54.5%가 중소기업 졸업 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은 게 조세혜택 축소다. 일종의 금단현상이다. 정부는 온갖 묘안을 다 짜내고 있다. 연구개발 세액공제율의 경우 중기 졸업유예기간 3년도 부족해 5년 완화기간을 추가하고, 그 안에서 또 구간을 쪼개 조정하는 방안을 이미 도입했다. 이것이 해법인지 의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혜택에 있다. 연구개발 세액공제만 해도 미국 중국은 대·중소기업 간 차별이 없다. 캐나다 프랑스는 1,2년만 특별 대우하고 나머지는 같다. 독일은 아예 그 제도가 없다. 중소기업 성장을 오히려 가로막는 이 차별적 혜택을 정치권은 더 확대하겠다고 야단이다. 중소기업기본법은 성역이나 다름없다. 법 목적에 ‘성장’이란 말이 있지만 허울일 뿐이다. 중소기업성장법이어야 할 것이 천년, 만년 중소기업잔류법이 되고 말았다.
역성장을 부추기는 건 과도한 혜택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은 면제 일변도, 대기업은 규제 일변도인 것도 요인이다. 규제를 실감한 중견기업은 후회가 절로 나올 판이다. 여기서도 본질은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다. 그런데도 그 규제를 정치권은 더 강화하겠다고 한다. 과도한 혜택, 과도한 규제를 줄여도 시원찮을 판에 역행에 역행을 거듭하는 게 지금의 정치권이다.
‘중소기업부 발상’ 이해 안돼
급기야 ‘중소기업부 신설’ 공약까지 나왔다. 차라리 이건 어떤가. 소기업·소상공인들도 불만이니 ‘소기업·소상공인부’도 만들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금지부’로 확대하자. 너무 심하다 싶으면 지경부는 ‘중견기업 고민부’ 정도로 놔두면 된다. 차별적 혜택, 차별적 규제에 전담 관료조직까지 더해지면 어떤 세상이 올지 자명하다. 누구나 쉽게 창업해, 그 중 성과가 뛰어난 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성과가 나쁜 기업은 빠르게 도태되는 그런 세상은 필요 없다. 오로지 작아야만 살 수 있다. ‘성장’은 입에도 올리지 못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