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인식 등 '스마트 경호'…페이스오프도 꼼짝마
‘“제주행 KE***, REQUEST GOING DOWN FLIGHT LEVEL ***(***까지 비행고도 강하)!” 2012 서울핵안보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25일 오산공군작전사령부 항공로 교통관제센터(ARTCC)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오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오산비행장에 도착할 예정이어서다. ARTCC는 에어포스원이 한국 영공으로 들어서기 직전 오산비행장 인근을 지나 제주도를 오가는 국내외 민간항공기 조종사들에게 고도를 낮추고 속도를 줄이라는 콜사인을 연신 보냈다. 에어포스원의 우리 영공진입 시점에 항공안전 경호를 위해서다. 동시에 대북지상감시 첨단정찰기인 조인트스타즈(J-STARS)가 뜨고 공군 KF-16 전투기들도 따라붙어 오산기지로 무사히 유도했다.

같은 시각 바다에선 해군 함정들이 경계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간단한 공항 환영식을 끝낸 뒤 곧바로 방한 첫 일정으로 비무장지대(DMZ) 내 미군부대 방문을 위해 비행장을 나섰다.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주변엔 삼엄한 3중 경계망이 펼쳐졌다. 도로에서 5㎞ 떨어진 곳까지 경호벨트로 지정돼 야산 등에 병력이 깔렸다. 정상이 움직일 때 도로 주변 500m가 통제됐다. 대통령 일행 차량 앞뒤와 옆엔 무장 차량들이 근접 경호를 했다. 무장 헬기가 차량 위를 돌며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미리 가본 D-1, 25일의 상황이다.

오는 26~27일 예정된 2012 서울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들이 우리 영공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한국을 떠날 때까지 밤낮없는 입체 경호작전이 이뤄진다. 이를 위해 대통령실 경호처를 주축으로 경찰청·해양경찰청·국가정보원·국방부·소방방재청 등 5개 기관이 참여한 경호안전통제단(단장 어청수 경호처장)이 지난해 1월 출범해 만전을 기해왔다. 정상들은 인천공항과 서울공항, 김포공항 등으로 나눠 도착한다. 회의장인 코엑스 주변, 정상들이 묵는 서울 시내 12개 호텔, 26일 저녁 환영 리셉션과 만찬이 열리는 특급호텔, 문화 행사가 예정된 경복궁 등 주변엔 삼중의 경계가 이뤄진다. 행사 1주일 전인 지난 19일부터 코엑스 건물 전 출입구에서 안전검색이 실시됐고, 행사 하루 전인 25일 자정부터 행사가 끝날 때까지 일반인들의 코엑스 건물 출입 자체가 통제된다. 행사 당일인 26일 0시부터는 일반인들의 무역센터단지 출입까지 통제된다. 방사선 게이트, 금속탐지기, 엑스레이투시기와 탐지견에다 실탄을 장착한 저격수도 곳곳에 배치된다.

◆진화한 경호 …인력은 줄이고 대응력 높여

요인(要人) 경호에 투입되는 인력은 줄었지만 대응능력은 더욱 높아졌다. 통제단은 ‘2010서울 G20정상회의’ 때 4만5000여명이었던 경호·안전 인력을 5000여명 줄여 4만여명을 투입했다. 대신 집회·시위 대응 인력은 종전처럼 1만5000여명 배치했다. 경호·안전, 집회·시위 인력을 합치면 6만여명에서 5만5000여명으로 줄인 것이다.

인력이 축소됐는데도 통제단은 ‘철통 경호’를 자신한다. 경호처 관계자는 “G20 정상회의 때 쌓은 ‘노하우’에 과학적 경호장비가 업그레이드되면서 인력이 줄었다” 고 소개했다. 경호와 보안의 진화다.

업그레이드된 대표적인 장비는 G20 때 도입한 얼굴인식시스템이다. 테러범들이 성형수술을 하고 입국하더라도 정체를 식별할 수 있도록 만든 첨단 검색장비인데 안경을 쓰는 등 변장을 하더라도 인식할 수 있도록 개량됐다. 폭발물을 탐지하는 폭약탐지기도 통제단이 자랑하는 장비 중 하나. 무선폴대써치탭은 차량 하부나 좁은 공간 등 육안으로 점검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사용하는 폭발물 탐지 장비다.

화이버스코프도 공간이 좁아 육안 점검이 어려운 곳을 카메라로 확인하는 장비. 직경 6㎜ 구멍만 있으면 폭발물인지 확인 가능하다. 독극물을 분석하는 고속액체크로마토그래피(HPLC), 식중독균을 분석하는 실시간 효소중합반응 유전자검출기도 동원된다.

운전경호는 각국 정상들의 차량에 수행차량까지 합치면 최소 400여대가 거의 동시에 움직이는 점을 감안, 경찰·군 작전본부에서 지원받았다.

◆강남 코엑스 인근 초고층 곳곳에 저격수 배치

행사장인 서울 삼성동 코엑스 반경 1~2㎞ 지역 ‘최외곽 3선’에서는 경찰이 차량을 검문하고 시위대 접근을 차단한다. 녹색 펜스를 설치한 무역센터단지 ‘2선’에선 경찰이 거동 수상자를 검문한다. 담장형 펜스를 설치한 코엑스 ‘1선’은 경호처 담당으로 방사선 게이트, 금속탐지기, 엑스레이투시기, 탐지견이 배치된다. 정상들의 숙소인 서울 일대 호텔 주변에도 경계망을 펼쳐 저격이 가능한 호텔 인근 주요 건물 옥상과 산악지역에 군·경찰을 배치한다. 최근에는 총기의 성능이 개선돼 장거리 저격이 가능해진 상황인 만큼 최외곽 3선을 따라 서울 강남역 인근 주요 고층빌딩에는 저격수들이 배치된다.

행사장과 멀지 않은 한강에는 무장 보트들이 강을 통한 테러공격에 대비한다. 정상들이 이용할 주공항인 인천·김포·서울공항, 예비공항인 청주·김해공항도 통제단의 ‘체크’ 대상이다.

각 공항 검문검색 등급은 23일부터 ‘평시-관심-주의-경계-심각’ 중 최고 등급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각국 정보기관의 협조를 받아 이미 입국금지자 4000여명도 지정했다.

◆행사장과 멀리 떨어진 발전소·댐도 경비 강화

국방부도 2년 전 G20 정상회의 때와 비슷한 인력 외에 통역·의료·수송 등 전문인력을 100여명 투입했다. 지난 18일 자정부터 군사대비태세 2단계인 ‘증강된 군사대비’ 단계에서 3단계인 ‘최고수준의 군사대비’로 대비 태세를 격상했다. 코엑스는 물론 원자력 발전소·댐 등 국가 주요시설, 지하철·경기장 등 다중이용시설에도 병력을 배치했다. 미군과 공조해 북한군과 국제 테러단체의 동향 등 첩보 공유도 최고 수준으로 강화했다.

대북지상감시 첨단정찰기인 조인트스타즈(J-STARS)도 투입됐다. 조인트스타즈는 고도 9~12㎞ 상공에서 북한의 지대지 미사일, 해안포·장사정포 기지 등 지상 병력과 장비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북한군의 도발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다. 군 당국은 지난해 12월 핵안보정상회의 군 작전본부를 설치한 데 이어 국방부 내에 별도의 핵안보기획팀도 가동했다.

경찰은 교통 및 집회·시위 관리에 중점적으로 투입된다. 행사 당일 지하철 2호선 삼성역은 무정차 통과시키고 행사장 인근에서 셔틀버스 10대를 운용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결과 자율2부제만으로는 부족했다. G20 때는 행사 1시간30분 전에 통제를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참가국이 많아지면서 2시간30분 전에 통제를 시작, 정체가 가중될 것”이라며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김선주/김우섭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