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때 만난 앰네스티…"40년만에 한국 수장 됐어요"
“회원 1만5000여명의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올해 40주년이 됩니다. 아시아 최대 지부로 자리잡았죠. ‘불혹’을 맞은 만큼 올해를 중요한 도약의 해로 만들 계획입니다.”

전경옥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신임 이사장(58·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다양한 활동 방향을 세워나갈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1일 임기 2년의 이사장에 취임한 그는 “회원 수를 늘리고 회원 활동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단위조직과의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제앰네스티는 1961년 설립된 인권운동 비정부단체(NGO)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조직으로 160개국에서 회원 300만여명(2011년 말)이 활동 중이다. 전 이사장이 국제앰네스티를 접하게 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이 발생한 1973년이다. 그는 “숙명여대 학부생 시절 국제앰네스티가 유신정권의 납치극에 항의하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 마음 속으로만 응원하고 참여는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랬던 전 이사장에게 미국 유학생활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석·박사 공부를 하기 위해 간 미국 테네시대에서 같은 학교 학생이 국제앰네스티 활동을 하는 것을 보게 됐다. 매스컴을 통해서만 보던 인권운동가를 가까이서 보게 되자 “마음만 먹으면 나도 참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1992년 귀국해 모교의 교수가 된 그는 유학시절 느꼈던 점을 실천했다. ‘인권 지킴이’를 양성하고자 1996년 숙명여대에 관련 강좌를 개설했고 유관단체 인사들과 지속적으로 인연을 맺었다. 1990년대 말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 가입했고 2010년에는 한국지부 이사에 선임됐다. 그리고 올해, 한때 멀게만 느껴졌던 조직을 이끌게 됐다.

여성, 인권 등 소수자와 약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전 이사장이 보기에 한국 인권은 갈 길이 멀다. 그는 “2010년 하루평균 자살자가 4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1위”라며 “구성원들이 열악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전 이사장은 “당장 답을 내긴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면 개선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인 지점이 보이지 않는 장거리 달리기지만 막막해하기보다는 오히려 “험난한 길을 개척하고 있다는 데 긍지를 느낀다”고 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