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사두면 돈 된다"…청약 경쟁률 수백대 일 가뿐히 넘어
올해도 기업공개(IPO) 공모주 시장은 투자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한 회사 공모주에만 최소 수천억원의 자금이 몰리고, 청약 경쟁률은 수백 대 1이 기본이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투자자들이 회사 가치를 따져보지도 않고 ‘묻지마 식’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 결산을 끝낸 비상장기업들이 이달 들어 속속 상장 채비를 하고 있어 수급 문제는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산은금융지주 미래에셋생명 CJ헬로비전 등 ‘대어급’ 공모주도 올해 안에 나올 예정이다.

시장에 물건이 대거 풀리면 투자자들이 자연히 좋은 쪽으로 몰리기 마련이어서 조만간 공모주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다.

◆기관·개인 더 달라고 ‘아우성’

지난 19~20일 이틀간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의 공모주 수요예측이 있었다. 국내외 325개 기관투자가가 참여한 가운데 123곳이 회사의 희망 공모가(1만2000~1만4500원)를 초과한 가격을 적어 냈다. 파는 쪽이 부른 가격보다 더 줄테니 물건을 꼭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는 얘기다.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의 최종 공모가는 결국 희망 공모가 상단(1만4500원)으로 결정됐다.

올 들어 대부분의 공모주가 자신들이 설정한 가격대 가장 위쪽에서 공모가를 받아내고 있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 이름을 올린 휴비스 단 한 곳을 제외하고 동아팜텍 남화토건 뉴로스 사람인에이치알 빛샘전자는 모두 희망공모가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를 결정했다. 기관이 한 주라도 많이 공모주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기관보다 경쟁이 더 치열하다. 올해 첫 공모주 청약을 받은 동아팜텍에는 3조원 가까운 개인 자금이 몰렸다. 총 공모액이 544억원으로 적지 않은 규모였으나 일반 경쟁률이 543 대 1에 달했다. 공모 규모가 작아 물량이 얼마 없는 회사는 청약 경쟁률이 1000 대 1을 넘기도 했다. 남화토건 뉴로스 빛샘전자 등이 여기에 속했다.

"공모주 사두면 돈 된다"…청약 경쟁률 수백대 일 가뿐히 넘어

◆사면 돈 번다는 인식 커

공모주에 투자자들이 열광하는 것은 일단 수익을 내기 쉽다는 인식 때문이다. 리스크는 작은데 수익은 크게 나는 경우가 많아 일단 ‘사고 보자’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실제 올 들어 상장한 6개 공모주 중 첫날 공모가를 밑돈 경우는 단 한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5곳은 상장일 큰 수익을 냈다. 특히 지난달 21일 코스닥에 상장한 사람인에이치알과 이달 21일 데뷔한 빛샘전자는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공모가의 두 배를 웃돌기도 했다. 기간을 작년 한 해로 확대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총 72개 공모주 가운데 75%인 54개가 상장 첫날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디엔에이링크 YG엔터테인먼트 삼원강재 이퓨쳐 씨그널정보통신 인터플러스 등이 첫날 공모가 대비 100% 이상의 수익률을 냈다. 공모주 투자 ‘대박’ 사례가 빈번했다는 뜻이다.

이처럼 공모주 수익률이 꾸준히 좋은 것은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더욱 강화하면서 ‘거품’ 공모가를 사전에 방지한 측면이 크다. 또 주관사들이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증시가 충격을 받았던 시기를 피해 상장시키는 ‘노련함’을 보인 것도 한몫했다. YG엔터테인먼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종목이 많았던 이유도 있다.

◆SBI모기지, 외국 기업 편견 깰까

당장 관심이 가는 공모주는 오는 27~28일 청약 예정인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100%(600만주) 자회사로, 지난해 매출 6412억원, 영업이익 243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이번 IPO를 통해 300만주의 신주(공모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 중 일반에 배정된 물량은 60만주다. 공모가(1만4500원)를 감안하면 87억원어치 물량이다. 수요예측에서 기관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은 만큼 일반 청약에서도 상당한 흥행이 예상된다. 우리투자증권이 주관사를 맡고 있다.

그 뒤를 SBI모기지가 이을 예정이다. 일본 기업 SBI모기지는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모기지 뱅크’다. 주택자금대출 전문 금융기관이나 은행처럼 예금을 받지 않고 주택담보대출채권의 증권화로 자금을 조달한다. 지난해 3분기까지 16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고섬 사태’ 이후 외국 기업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인식이 좋지 않지만, 최근 공모주 분위기가 워낙 좋은데다 SBI 계열 회사가 국내에 이미 상장돼 있어 성공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SBI모기지는 예탁증권(DR)을 발행, 548억~655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DR당 희망가격은 7700~9200원이며, 다음달 5~6일 이틀간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할 계획이다. 일반 청약일은 같은 달 16~17일이다. 주관사는 하나대투증권이다.

비아트론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 중인 앞의 두 회사와 달리 코스닥 상장을 노린다. 하지만 공모액은 그리 작지 않다. 공모가 밴드(1만2900~1만4600원) 하단 기준 148억원 규모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업체로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71억원과 104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이 22%에 달해 제조업체로서 매우 높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는 게 특징이다. 내달 중순 수요예측을 한 뒤 하순께 일반 청약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