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핵무기 2만개 분량 폐기…'核테러없는 지구촌' 만든다
작년 6월 동유럽 몰도바의 수도 키시너우의 한 허름한 건물에서 핵무기 제조에 쓰이는 우라늄-235가 발견됐다. 이 우라늄의 판매를 공모한 6명은 정보당국에 체포됐다. 옛 소련과 중동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 소속이라고 주장한 이들은 우라늄-235를 ㎏당 2000만달러(220억원)에 판매하려 했다. 이 핵물질이 테러단체의 손에 들어갔다면 세계 어디에선가 가공할 만한 ‘핵 테러’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1993~2011년 중 국제원자력기구(IAEA) 불법핵거래데이터베이스(ITDB)에 보고된 핵과 방사성물질의 불법거래 적발 건수는 2164건에 달했다.

26일 개막해 27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는 핵 테러 방지가 목적이다. 전 세계 핵물질과 핵시설이 테러집단에 이용되지 않도록 각국이 방호 조치를 강화하고, 국제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논의하는 회의다. 현재 세계에는 약 1600t의 고농축우라늄(HEU)과 500t의 플루토늄이 산재해 있다. 이는 핵무기 약 12만650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선 이런 핵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은 물론, 각국이 보유한 핵물질 자체를 크게 줄이는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엔 38명의 정상급 인사를 포함해 53개국과 유럽연합(EU)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인터폴 등 4개 국제기구에서 모두 58명의 대표가 모였다.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핵무기 2만개 분량 폐기…'核테러없는 지구촌' 만든다

◆핵무기 2만개 만들 핵물질 폐기

핵안보정상회의는 9·11테러 이후 핵 테러의 위협이 높아진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도해 2010년 미국 워싱턴에서 첫 회의가 열렸다. 이번 서울 회의는 2회째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제1차 회의를 통해 발표된 정상 성명, 작업계획, 국가별 공약사항 언급 등에 대한 실질적 결과물을 도출하는 게 목표다. 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경각심이 높아진 원자력 안전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진다. 한국은 의장국으로 주요 의제들에 대한 각국 의견을 조율하고, 서울 정상회의 합의문인 ‘서울 코뮈니케’ 문안을 마련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된다.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은 한국이 핵안보정상회의 개최국이 된 것은 핵비확산조약(NPT) 규범을 성실히 지키면서 평화적으로 원자력을 이용해온 모범국가란 점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서울 코뮈니케에는 △HEU와 플루토늄 등 무기급 핵물질의 제거와 최소화 △원자력 시설에 대한 물리적 보호 강화 △핵과 방사성 물질의 불법 거래 차단 등 핵안보에 대한 주요 원칙과 함께 핵과 방사능 테러 방지를 위한 실천적인 조치 등이 담긴다. 참가국들은 정상선언문과는 별도로 보유 중인 HEU 폐기와 핵안보 국제협약 비준, 핵안보 교육훈련센터 건립 등 각국의 공약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핵물질 관리와 폐기는 주요 의제 중 하나다. 2010년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 이후 수십t의 HEU가 제거됐다. 핵무기 한 개를 만드는 데 HEU 25㎏이 필요하므로 핵무기 1000여개쯤이 사라진 셈이다.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그 이상의 핵물질 폐기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언론과의 회견에서 “워싱턴 회의가 선언적 성격이었다면 서울 정상회의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이라며 “핵무기 2만여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과 HEU를 감축하는 데 국제적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전시장 안정에도 기여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는 53개국이 참여한다. 한국에서 개최된 정상회의 중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정상 행사다. 한국은 2010년 11월 세계 경제분야 최상위 포럼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최했다. 이어 국제안보 분야의 최대 다자 정상회의인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한다. 경제뿐 아니라 안보 분야에서도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위상을 다지게 된 셈이다.

전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서울에 모여 국제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한반도의 평화 안정에 기여할 것이란 평가다. 서울에 모인 세계 정상들이 북한 비핵화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북한이 올해를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언하고, 4월12~16일 장거리로켓 발사를 예고한 상황이어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한국으로선 원전 시장의 발전 등 경제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핵안보와 원자력 안전에 대한 논의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위축된 원자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내외적으로 원자력 시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