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실패한 월마트, 일본에서 성공한 까닭?
지난 2006년 한국시장에서 철수한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미국 월마트가 일본에선 선전해 주목을 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6일 풍부한 자금력과 독자적인 경영방식으로 무장한 월마트가 일본 유통시장에서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 진출했던 프랑스 까르푸와 영국 테스코는 각각 5년과 8년 만에 철수했다. 이에 따라 월마트의 성공기는 일본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외국업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유통업체인 세이유(西友)의 지분 6.1%를 인수, 일본에 진출한 지 10년을 맞은 월마트는 올 들어 이바라키현 츠쿠바시에 새 점포를 열었다. 앞으로 20개 점포를 더 낼 계획이다. 지난해 3월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2011년 매출(기존 점포 기준)은 전년보다 증가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영업이익도 최근 3년 만에 가장 많을 것으로 집계됐다.

월마트의 일본 성공전략과 관련, 세이유 지주회사인 월마트재팬홀딩스의 최고경영책임자(CEO)인 스티브 다쿠스는 “'매일 염가판매'(EDLP=Every Day Low Price) 경영전략과 가격인하를 원하는 상품을 인터넷에서 모집하는 제도, 지역내 최저가 상품에 가격을 맞추는 최저가격 보증제도 등이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스티브 다쿠스는 유니클로의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에서 근무한 일본통으로 2002년 월마트의 일본 진출 당시 다른 외국계 일본법인의 사장이었다.

월마트는 동일본대지진 직후 다른 유통업체들이 물품 부족으로 특가판매를 줄여나가는 상황 속에 가격인하를 유지해 일본 소비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월마트는 창업자인 샘 월튼(Sam Walton)의 유지인 “고객의 기대를 뛰어 넘는다” “트렌드에 거역한다”를 받들어 끊임없이 현지화 작업을 벌여왔다. 창조성만 있다면 지방슈퍼의 전략도 철저히 연구했다. 일본은 미국과 생활양식이 완전히 달라 장기전을 목표로 사업을 해왔다. 일본 진출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세이유와의 교섭에 성공했다. 초기 출자금 50억 엔을 투자해 일본진출에 성공했다.

세이유 측은 월마트의 일본 진출 초기 당시 성공여부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월마트는 점포를 빠짐없이 돌며 영업이나 운영, 자산 상황 등을 치밀하게 점검했다. 일본의 경우 과거 경험이나 책임자의 판단에 좌우되기 쉽지만 요시노야의 쇠고기 덮밥을 먹는 등 일본의 실정을 알기 위한 소비자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월마트는 2002년 세이유의 출자 비율을 36.7%까지 끌어올렸고, 2005년 50%를 거쳐 2008년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다. 희망퇴직 등으로 인건비를 크게 줄여 세이유의 경영체질도 강화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재 월마트의 가격경쟁력이 압도적이지 않으며 기업 인수·합병(M&A) 전략도 지지부진하고 철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경영 이념인 ‘절약’을 일본에서 확산시키는 단계까지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월마트 스토어는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유통업체다. 미국 식료품 판매의 19%를 장악하고 있는 세계 최대 기업이다. 한국 시장에는1998년 진출했으나 적자누적으로 2006년 철수했으며 신세계 이마트에 인수됐다.

월마트의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현지적응 실패'를 꼽는다. 창고형 할인점 방식을 고수해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점포 접근성도 다른 할인점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한국경기가 재침체기에 접어들자 신규 점포를 늘리지 못했고 그 사이 한국 할인점이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려가 시장 주도권을 빼앗긴 점이 패인이라는 것이 월마트 측의 설명이다.

한경닷컴 김소정 인턴기자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