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23일 오전 9시8분 보도

고(故) 김각중 경방 명예회장 별세 이후 90여년 역사의 경방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면방직 사업과 임대사업(타임스퀘어)을 분할하고 책임경영 형태로 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 명예회장 사후 형제경영 ‘불안’

경방의 사업분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무엇보다 최대주주인 김담 부사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김 부사장은 2009년 9월 영등포 타임스퀘어 오픈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과 기존의 면방직 사업은 시너지 효과가 거의 없고 함께 있으면 의사 결정이 지연된다는 문제점도 있다”며 “타임스퀘어를 분할해 독립적으로 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부사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타임스퀘어 개발을 진두진휘했다.

경방은 ‘형제 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준 사장은 김 명예회장의 큰아들이고 김담 부사장은 둘째 아들이다. 이들 형제의 고모부인 이중홍 회장이 김준 사장과 공동 대표로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72세의 고령인데다 지분이 거의 없어 사실상 ‘형제 경영’ 체제로 보는 시각이 많다.

큰아들인 김 사장이 회사를 총괄하고 있지만 지분은 동생 김 부사장이 더 많다. 김 부사장은 20.95%를 보유한 최대주주며 김 사장의 지분은 13.42%로 2대주주다. 2002년 초 김 명예회장이 지분 일부를 증여했을 때만 해도 김 사장이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2007년 김병건 전 동아일보 부사장 등으로부터 김 부사장이 지분을 매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김 부사장은 2006년 우리홈쇼핑을 롯데에 매각할 때 확보한 500억원이 넘는 현금으로 경방 지분을 늘렸다.

◆인적분할 뒤 지분 스와프 가능성

사업을 분할할 경우 인적분할 방식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형제간 지분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인적분할이 가장 좋은 대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타임스퀘어 부문만 담당하는 신생 법인을 설립한 뒤 기존 면방직 사업과 분리하고, 경방 지분율만큼 두 회사 지분을 경방 주주들이 나눠 갖는 형태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이후 김 사장은 타임스퀘어 쪽 지분을 내주는 대신 면방직 지분을 받아오고, 김 부사장은 반대로 하면 지분 정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김 사장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지분이 올라가고, 김 부사장은 독립적으로 타임스퀘어를 이끌어 갈 수 있게 된다.

김 부사장은 경방의 자회사로 일본 오사카에 본사를 둔 제다이(JEDI) 등과 타임스퀘어 부문을 합쳐 부동산 개발사 설립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다이는 타임스퀘어 개발을 초기에 기획한 일본 상업시설 개발 전문업체 지오아카마츠의 핵심 인력이 중심이 돼 지난해 11월 설립한 부동산 개발사다. 작년 1월 서울에 사무소를 낸 뒤 제2의 타임스퀘어 설립을 위한 시장조사와 타당성 검토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명예회장 별세 이후 두 형제간 사업분할 가능성이 업계에 돌고 있지만 이 경우 갈등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실현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