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 안가도 IC카드로 바꿔준다
은행 카드사 등 금융회사들이 다음달부터 마그네틱방식(MS) 카드를 소지한 자사 고객에게 IC칩이 장착된 카드를 발송한다. 금융당국이 소비자의 자발적 교체만으로는 당초 계획대로 MS카드를 IC카드로 전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금융회사가 직접 교체해 발송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27일 “지금과 같은 전환 추세로는 당초 계획대로 MS카드의 현금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시행하기 어렵다”며 “다음달부터 은행과 카드사가 고객 동의를 얻어 교체한 IC카드를 발송하라고 최근 지도했다”고 밝혔다.

교체 발송 대상 카드는 현금인출 기능이 들어 있는 신용카드, 체크카드 등이다. 주소와 연락처 파악이 쉽지 않은 순수 현금카드는 제외됐다.

금감원은 은행이 먼저 나서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다음달부터 전화나 서면으로 교체의 필요성을 공지한 뒤 고객의 동의를 얻어 IC카드를 발송해 주기로 했다. 영업점별로 IC카드 전환 목표도 설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금인출 기능이 있는 MS카드 가운데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은행계 카드사와 은행이 협의해 고객 동의를 받아 우편 등을 통해 전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강력한 전환 대책을 시행하기로 한 것은 당초 홍보를 통해 MS카드의 IC카드 전환을 독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전환 실적이 미미할 경우 오는 6월엔 또 다른 혼란을 부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일부터 자동화기기(CD/ATM)에서 MS카드의 현금인출 및 이체를 제한하는 조치를 시범적으로 실시하려다 고객 불만과 창구 혼란이 빚어지자 시범운영 시기를 6월로 연기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비용 부담이 있겠지만 현금카드 복제에 따른 불법 인출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며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IC카드로 전환되지 않은 MS카드는 당초보다 700만장 많은 1500만장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이 발급한 MS카드가 700만장으로 가장 많고, 증권사의 MS카드가 400만장 등이다. 여기에 보험과 새마을금고 우체국 등에서 발행한 MS카드까지 더해지면 1500만장이 넘는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증권사 보험사 새마을금고 우체국 등에 대해서도 고객의 MS카드를 IC카드로 교체해 발송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류시훈/장창민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