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공단 설계분과 심의위원들이 입찰 건설업체들로부터 설계평가를 잘 봐달라는 명목으로 수천만원씩 뇌물을 받은 혐의로 무더기 적발됐다.

인천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부장검사 문찬석)는 한국환경공단이 발주하는 설계·시공 일괄입찰공사(턴키공사)와 관련해 뇌물을 받아온 공단 설계분과 심의위원 23명 등 총 25명을 입건해 이 중 13명을 구속기소(9명은 불구속기소)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이들은 한국환경공단 전 본부장(임원)과 처장(1급) 등 임직원이 12명, 국·공립 및 사립대 대학교수 9명, 특허청 서기관을 비롯한 공무원 4명 등이다. 심의위원들에게 뇌물을 건넨 건설업체 직원 17명은 불구속기소 또는 약식기소했다.

한국환경공단은 2010년 1월 한국환경자원공사와 환경관리공단이 통합 설립된 환경부 산하기관이다. 이곳에서 발주하는 폐수종말처리시설 등 턴키공사 규모는 2년간 약 1조940억원이며, 건당 사업비는 150억~2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공사다.

이처럼 큰 공사를 맡을 수주업체를 결정하는 데 최대 관건인 설계평가능력이 설계분과 심의위원들의 주관에 좌우된 것이다. 심의위원 50명 가운데 11~13명이 공사별 심의위원으로 선정되는 데 건설업체들은 심의위원 후보자 50명 전원을 관리대상으로 삼아 로비를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업체 간부급 이상 직원들은 심의위원들의 신상을 파악해 영업담당자를 지정, 1 대 1로 관리하며 식사와 상품권, 골프 등을 미끼로 썼다.

검찰에 따르면 한 지방도시의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 설치사업 공사’의 경우 12명의 심의위원 중 A업체에 1등 점수를 준 3명은 A업체로부터 금품을 챙겼고, B업체에 1등 점수를 부여한 3명은 B업체로부터 금품을 받는 식이었다. 2010년 5월~2011년 12월까지 활동한 총 50명 심의위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3명이 이렇게 금품을 수수했으며, 심의위원별 금품수수 금액은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7000만원까지였다.

입찰 참여 건설업체들은 공단 퇴직자를 스카우트해 로비창구로 활용했다. 본부장으로 퇴직한 김모씨의 경우 관련 업체 임원으로 스카우트된 뒤 공단 임직원에 대한 금품 제공시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심의위원에 대한 로비능력과 금품제공 여력이 탁월한 건설업체가 턴키공사의 대부분을 수주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로비자금이 입찰금액에 포함돼 공사비에 거품이 발생했고, 거액의 국고와 혈세가 낭비된 사례”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