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DTI 완화' 정부·정치권 뭉그적…시장만 몸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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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활성화 묘안 없나] DTI 쟁점 5문5답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해 풀어야 할 대표적 규제로 지목되는 것들이다. 더구나 올해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겹쳐 있다. 표심을 잡기 위해서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지만 왠지 여야 총선공약에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가운데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7일 부동산규제정책의 핵심인 DTI 규제 완화를 들고 나왔다.
DTI(Debt to Income)는 금융회사가 대출받는 사람의 연소득 대비 연대출 원리금 상환비율을 제한하는 제도다. 정부는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40%, 기타 서울지역 50%, 수도권 지역 60%로 DTI를 적용하고 있다. 황 원내대표의 발언은 당내에서조차 ‘개인 발언’으로 치부됐지만 이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 업계 수요자들의 셈법은 복잡하기만 하다.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한 논의들을 문답으로 정리해봤다.
(1) 총선 부동산공약 왜 사라졌나
여 '부자당' 이미지 부담…야, 선거철 서민 의식
새누리당은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당론화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칫 규제완화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부자당’ 이미지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주영 정책위 의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역구민 목소리는 많지만,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나 DTI 완화는 가계 부채 증가 등을 고려해 신중히 선택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도 부동산 거래가 줄어든 것은 문제가 있지만, 양도세 중과 폐지와 DTI 완화에 대한 반대가 당론이다.
이용섭 정책위 의장은 “DTI 규제 완화는 가계 부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 정부, 한사코 반대하는 이유
가계 부채 증가 우려…관료들 보신주의까지
금융당국은 여권 일각에서 이따금 제기되는 DTI 완화 주장에 대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DTI는 원래 부동산 정책과 관계없이 태동된 것이고,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DTI를 활용하는 것은 안된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금융당국은 기본적으로 대출자의 소득능력을 감안하지 않게 되면 가계가 부실해지고 금융회사의 건전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도 DTI는 지금처럼 유지돼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권의 가계부채가 이제 겨우 당국의 관리범위에 들어온 상황에서 DTI를 풀면 가계부채가 다시 급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서민과 중산층 중에는 아직도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반대하는 또 하나의 배경에는 특유의 ‘보신주의’도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섣불리 규제에 손을 댔다가 예전처럼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투기바람이 불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권교체기를 앞두고 공무원들이 이런 ‘모험’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DTI 완화는 2002년 LTV 도입 이후 10년간 이어져온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의 골격을 흔든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3) DTI 완화하면 은행 대출 늘어날까
은행권 시각 엇갈려…늘어도 큰 폭 아닐 듯
은행권에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규제가 풀리면 당연히 대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측이 있는 반면 부동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바닥권인 상황에서 대출을 늘리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A은행 개인금융담당 부장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소득증빙 규제만 완화해도 부동산 거래가 조금씩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B은행 부행장은 “최근 들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당국이 수시로 가계대출 현황을 들여다보는 상황에서 DTI 규제를 푼다고 달라질 게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DTI 규제 완화를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가계대출 연체율이 0.85%를 기록, 전달보다 0.07%포인트 상승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지난해 연중 최고치였던 11월의 0.79%를 웃돈 수치로 2009년 2월(0.88%) 이후 가장 높다.
(4) DTI 풀면 부동산 거래 숨통 트일까
집값 상승 기대 약하고 경기불안…효과 한계
부동산 업계는 거래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실수요자들은 주택 가격의 절반가량을 자체 자금으로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소형 주택을 사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DTI 등 금융규제가 완화되면 집값이 떨어진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실수요자들도 DTI 규제로 집을 안 사는 바람에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DTI 규제 완화는 기존 주택거래의 숨통을 터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수적인 시각도 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증가, 주택값 상승 기대감 약화 등의 변수가 맞물려 있어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근 서울시가 내세우고 있는 ‘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의 공공성 강화 정책(소형주택과 임대주택 공급물량 확대 등)’에 대한 부정적 시각들로 인해 DTI 완화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지적도 있다.
(5) 분양가 상한제·양도세 중과 함께 풀면
주택 공급 증가·거래 활성화…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어
건설·주택업계는 DTI 규제, 분양가 상한제, 양도세 중과 등의 전면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해오고 있다. 이들 규제의 완화는 주택공급 확대와 거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회에는 관련 규제와 완화법안이 상정돼 있다. 하지만 여야 간 입장차이와 4월 총선 등으로 국회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때문에 국토부는 택지비 선납대금 이자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붙박이장을 플러스옵션(추가선택품목)에 포함시키는 등 ‘분양가 상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이달부터 적용하고 있다.
분양대행업체인 타이거하우징의 김태욱 사장은 “대표적인 규제 대못인 분양가 상한제와 양도세 중과제도가 폐지되면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도 거래가 늘어나는 등 선순환 구조가 생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시훈/김진수/김재후/박신영 기자 bada@hankyung.com
이런 가운데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7일 부동산규제정책의 핵심인 DTI 규제 완화를 들고 나왔다.
DTI(Debt to Income)는 금융회사가 대출받는 사람의 연소득 대비 연대출 원리금 상환비율을 제한하는 제도다. 정부는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40%, 기타 서울지역 50%, 수도권 지역 60%로 DTI를 적용하고 있다. 황 원내대표의 발언은 당내에서조차 ‘개인 발언’으로 치부됐지만 이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 업계 수요자들의 셈법은 복잡하기만 하다.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한 논의들을 문답으로 정리해봤다.
(1) 총선 부동산공약 왜 사라졌나
여 '부자당' 이미지 부담…야, 선거철 서민 의식
새누리당은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당론화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칫 규제완화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부자당’ 이미지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주영 정책위 의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역구민 목소리는 많지만,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나 DTI 완화는 가계 부채 증가 등을 고려해 신중히 선택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도 부동산 거래가 줄어든 것은 문제가 있지만, 양도세 중과 폐지와 DTI 완화에 대한 반대가 당론이다.
이용섭 정책위 의장은 “DTI 규제 완화는 가계 부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 정부, 한사코 반대하는 이유
가계 부채 증가 우려…관료들 보신주의까지
금융당국은 여권 일각에서 이따금 제기되는 DTI 완화 주장에 대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DTI는 원래 부동산 정책과 관계없이 태동된 것이고,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DTI를 활용하는 것은 안된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금융당국은 기본적으로 대출자의 소득능력을 감안하지 않게 되면 가계가 부실해지고 금융회사의 건전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도 DTI는 지금처럼 유지돼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권의 가계부채가 이제 겨우 당국의 관리범위에 들어온 상황에서 DTI를 풀면 가계부채가 다시 급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서민과 중산층 중에는 아직도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반대하는 또 하나의 배경에는 특유의 ‘보신주의’도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섣불리 규제에 손을 댔다가 예전처럼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투기바람이 불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권교체기를 앞두고 공무원들이 이런 ‘모험’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DTI 완화는 2002년 LTV 도입 이후 10년간 이어져온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의 골격을 흔든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3) DTI 완화하면 은행 대출 늘어날까
은행권 시각 엇갈려…늘어도 큰 폭 아닐 듯
은행권에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규제가 풀리면 당연히 대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측이 있는 반면 부동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바닥권인 상황에서 대출을 늘리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A은행 개인금융담당 부장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소득증빙 규제만 완화해도 부동산 거래가 조금씩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B은행 부행장은 “최근 들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당국이 수시로 가계대출 현황을 들여다보는 상황에서 DTI 규제를 푼다고 달라질 게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DTI 규제 완화를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가계대출 연체율이 0.85%를 기록, 전달보다 0.07%포인트 상승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지난해 연중 최고치였던 11월의 0.79%를 웃돈 수치로 2009년 2월(0.88%) 이후 가장 높다.
(4) DTI 풀면 부동산 거래 숨통 트일까
집값 상승 기대 약하고 경기불안…효과 한계
부동산 업계는 거래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실수요자들은 주택 가격의 절반가량을 자체 자금으로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소형 주택을 사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DTI 등 금융규제가 완화되면 집값이 떨어진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실수요자들도 DTI 규제로 집을 안 사는 바람에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DTI 규제 완화는 기존 주택거래의 숨통을 터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수적인 시각도 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증가, 주택값 상승 기대감 약화 등의 변수가 맞물려 있어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근 서울시가 내세우고 있는 ‘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의 공공성 강화 정책(소형주택과 임대주택 공급물량 확대 등)’에 대한 부정적 시각들로 인해 DTI 완화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지적도 있다.
(5) 분양가 상한제·양도세 중과 함께 풀면
주택 공급 증가·거래 활성화…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어
건설·주택업계는 DTI 규제, 분양가 상한제, 양도세 중과 등의 전면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해오고 있다. 이들 규제의 완화는 주택공급 확대와 거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회에는 관련 규제와 완화법안이 상정돼 있다. 하지만 여야 간 입장차이와 4월 총선 등으로 국회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때문에 국토부는 택지비 선납대금 이자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붙박이장을 플러스옵션(추가선택품목)에 포함시키는 등 ‘분양가 상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이달부터 적용하고 있다.
분양대행업체인 타이거하우징의 김태욱 사장은 “대표적인 규제 대못인 분양가 상한제와 양도세 중과제도가 폐지되면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도 거래가 늘어나는 등 선순환 구조가 생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시훈/김진수/김재후/박신영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