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한의 핵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공식 의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몇몇 정상들이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해 논의가 이뤄졌다.

반 총장은 27일 정상회의 오후세션 발언을 통해 “최근 여러 차례 말해왔듯이 북한이 다음달 이른바 실용위성(광명성 3호)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어떤 탄도 미사일 기술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안보리 결의 1874호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며 “재고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핵 프로그램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북한과 이란에 대해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재차 촉구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양국에 “파괴적인 방법을 피해서 평화적으로 국제 사회의 우려에 대처하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반 총장에 앞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북한과 이란의 핵프로그램 문제를 제기했고, 전날 업무 만찬에서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도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정상회의를 모두 마친 뒤 의장 자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핵을 당장 포기시키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한국 정부는) 끊임없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북한 스스로 판단하고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예고에 대해선 “국제사회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북한이) 국제적으로 더 고립되기 때문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경제협력을 하고 개방하면 이른 시간 내 중국과 베트남을 따라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우리는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이고 경제발전의 필수적 요구인 평화적 위성발사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대결 관념에서 벗어나 우리에게도 위성발사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