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탈세와 회사자금 횡령 등 혐의로 검찰이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차명지분 처리를 둘러싼 10년 전 고소사건까지 들췄지만 불법 혐의를 밝히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검찰은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지만 금융당국의 역외탈세 첩보로 시작된 수사가 끝간데 없이 이어지면서 기업인을 옥죄는 수사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역외탈세 수사, 줄줄이 ‘헛발질’

선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박병삼 영장전담 판사는 28일 “여러 범죄혐의 사실 중 중요 부분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거나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영장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하이마트 매각과정에서 선 회장이 회사에 수천억원대의 손해를 끼치고 회사자금을 횡령했다고 봤지만 제대로 혐의를 밝히지 못한 것이다. 앞서 대검찰청 중수부는 “금융당국에서 넘겨받은 첩보 내용 가운데 해외 재산 도피 부분은 혐의 적용이 어려울 것 같다”며 역외탈세 혐의를 수사대상에서 뺐다.

‘완구왕’ 박종완 에드벤트 엔터프라이즈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고,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는 등 역세탈세 수사가 줄줄이 ‘헛발질’하고 있는 셈이다.

선 회장이 납품업체에 골프장 회원권을 강매한 혐의와 관련해서도 중수부는 공갈죄 적용이 어렵다고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후속처리를 맡겼다. 여기에 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차명주식 7만8000주 진짜 주인은?

중수부는 지난 10일께 정주호 전 대우자동차 사장을 소환조사했다. 사연은 2002년으로 되돌아간다. 정 전 사장은 당시 자신이 관리하고 있던 하이마트 주식 7만8000주(전체의 14%)를 선 회장이 지인 등에게 임의처분했다며 그를 횡령, 배임수재 혐의로 고소한 적이 있다. 7만8000주는 김우중 전 회장의 자금지원을 받아 정 전 사장이 하이마트 임원 명의로 관리하던 차명주식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 제6형사부는 2004년 5월 “차명주식이 김우중 전 회장 것인지 정주호 전 사장이 공로주 형태로 김 전 회장으로부터 완전히 소유권을 넘겨받았는지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선 회장이 형사합의금조로 30억원을 정 전 사장에게 건넸다. 당시 그는 변호사 비용으로도 30억원을 썼는데 이 돈이 회사자금이어서 횡령혐의가 적용된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이다.

차명주식의 진짜 주인은 지금도 확실치 않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김 전 회장의 소유임을 밝혀 2006년 11월 분식회계 등 혐의로 서울고법에서 선고받은 추징금 17조원 납부에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중수부 관계자는 “차명주식이 누구 소유인지는 (지금 수사에서) 관심밖이다. 더구나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데 김우중 씨가 차명으로 보유했던 하이마트 지분을 환수, 추징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