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은행이 면허산업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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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동 금융부 차장 jdpower@hankyung.com
며칠 전 한 시중은행의 고위 임원이 푸념 반, 질타 반으로 얘기했다. “요즘 은행이 돈 좀 번다고 언론에서 너무 심하게 비판하는 것 아닌가. 은행도 주식회사인데 수익을 추구해야 하지 않나. 특히 한국경제신문은 오래 전부터 은행이 ‘기관’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는가.”
경영진은 공공성도 고려해야
맞는 말이다. 은행도 기업이기 때문에 수익 확대를 도모하는 것은 당연하다. 본지가 은행을 ‘금융기관’이라고 쓰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측면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것이 은행의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 은행이란 산업 자체가 다른 업종과는 차이 나는 몇 가지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은행은 면허산업이다.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 줌으로써 돈을 벌 수 있도록 국민(금융소비자)이 허용해 준 것이다. 은행이 버는 돈은 라이선스를 준 금융소비자가 내는 돈이다. 국민들은 은행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도록 진입장벽까지 쳐줬다. 다음으로 금융소비자들은 은행이 쉽사리 망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은행 경영이 잘못돼 큰 부실이 생길 경우 정부와 중앙은행을 동원해 자금을 대 준다. 이 자금은 국민들의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다. 은행에 공공성을 요구하는 이유다.
금융소비자들은 그런데도 은행 경영진이 자율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정부, 엄밀히 말해 관료가 입맛대로 은행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견제한다. 본지가 외환위기 직후부터 은행을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회사’로 표현해 오고 있는 것은 관치금융을 끝내자는 취지였다(www.hankyung.com 1998년 11월30일 정만호 칼럼 참조).
은행은 적자를 내거나 쥐꼬리만한 이익을 내서는 안 된다. 은행의 신뢰도가 무너져 돈이 돌지 않고 경제 전체가 붕괴될 수 있어서다.
한국의 외환위기나 미국의 금융위기는 은행 부실에서 비롯됐다. 그렇다고 은행이 너무 많은 돈을 벌어서도 곤란하다. 금융소비자들을 쥐어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은 ‘적정 이익’을 내는 게 바람직하다. 은행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조건이다. 문제는 ‘적정’의 수준이다. 2000년대 들어 국내외 사례로 ‘적정’의 하한선과 상한선을 가늠해 볼 수 있겠다. 최근 2~3년간 유럽 은행들의 총자산이익률(ROA)은 0.4% 안팎이다. 신뢰도를 유지하기엔 다소 작다. 미국 경제가 거품으로 치닫던 때인 2003~2007년 씨티 JP모건 등 미국 은행들의 ROA는 1.3%를 넘었다. 막대한 이익으로 임직원들에게 엄청난 보수를 주다가 ‘Occupy Wall Street’ 시위 역풍을 맞았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ROA는 0.7~0.8% 수준이다.
과도한 이익 추구는 곤란
일각에선 은행이 이익을 많이 내 사회공헌활동을 적극 펼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말도 한다. 하지만 이는 정도(正道)가 아니다. 비용 부담자와 수익자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핵심은 예대마진을 어느 정도로 유지하느냐일 게다. 국내 은행의 예대마진은 2009년 2.68%포인트에서 지난해 2.96%포인트로 높아졌다. 바람직한 방향인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부터 각각 ‘따뜻한 금융’과 ‘건강한 금융(슬로건 자체는 건강한 하나)’을 본격 펼치기로 했다. 다른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들도 은행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들이 사회와 시대의 요구를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된다.
박준동 금융부 차장 jdpower@hankyung.com
경영진은 공공성도 고려해야
맞는 말이다. 은행도 기업이기 때문에 수익 확대를 도모하는 것은 당연하다. 본지가 은행을 ‘금융기관’이라고 쓰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측면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것이 은행의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 은행이란 산업 자체가 다른 업종과는 차이 나는 몇 가지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은행은 면허산업이다.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 줌으로써 돈을 벌 수 있도록 국민(금융소비자)이 허용해 준 것이다. 은행이 버는 돈은 라이선스를 준 금융소비자가 내는 돈이다. 국민들은 은행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도록 진입장벽까지 쳐줬다. 다음으로 금융소비자들은 은행이 쉽사리 망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은행 경영이 잘못돼 큰 부실이 생길 경우 정부와 중앙은행을 동원해 자금을 대 준다. 이 자금은 국민들의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다. 은행에 공공성을 요구하는 이유다.
금융소비자들은 그런데도 은행 경영진이 자율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정부, 엄밀히 말해 관료가 입맛대로 은행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견제한다. 본지가 외환위기 직후부터 은행을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회사’로 표현해 오고 있는 것은 관치금융을 끝내자는 취지였다(www.hankyung.com 1998년 11월30일 정만호 칼럼 참조).
은행은 적자를 내거나 쥐꼬리만한 이익을 내서는 안 된다. 은행의 신뢰도가 무너져 돈이 돌지 않고 경제 전체가 붕괴될 수 있어서다.
한국의 외환위기나 미국의 금융위기는 은행 부실에서 비롯됐다. 그렇다고 은행이 너무 많은 돈을 벌어서도 곤란하다. 금융소비자들을 쥐어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은 ‘적정 이익’을 내는 게 바람직하다. 은행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조건이다. 문제는 ‘적정’의 수준이다. 2000년대 들어 국내외 사례로 ‘적정’의 하한선과 상한선을 가늠해 볼 수 있겠다. 최근 2~3년간 유럽 은행들의 총자산이익률(ROA)은 0.4% 안팎이다. 신뢰도를 유지하기엔 다소 작다. 미국 경제가 거품으로 치닫던 때인 2003~2007년 씨티 JP모건 등 미국 은행들의 ROA는 1.3%를 넘었다. 막대한 이익으로 임직원들에게 엄청난 보수를 주다가 ‘Occupy Wall Street’ 시위 역풍을 맞았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ROA는 0.7~0.8% 수준이다.
과도한 이익 추구는 곤란
일각에선 은행이 이익을 많이 내 사회공헌활동을 적극 펼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말도 한다. 하지만 이는 정도(正道)가 아니다. 비용 부담자와 수익자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핵심은 예대마진을 어느 정도로 유지하느냐일 게다. 국내 은행의 예대마진은 2009년 2.68%포인트에서 지난해 2.96%포인트로 높아졌다. 바람직한 방향인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부터 각각 ‘따뜻한 금융’과 ‘건강한 금융(슬로건 자체는 건강한 하나)’을 본격 펼치기로 했다. 다른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들도 은행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들이 사회와 시대의 요구를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된다.
박준동 금융부 차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