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百, 평촌상권 확 바꾼다
경기 안양시 호계동에 있는 지하철 4호선 범계역 사거리. 1995년 개발 완료된 1기 신도시인 ‘평촌’의 핵심 상권이다. 5만여가구가 사는 아파트 단지를 배후로 1000여개 가두점과 식음료 매장이 영업 중인 상가밀집지역이다. 1차 상권(반경 3㎞ 이내) 거주 인구만 110만명에 달한다.

이 상권의 터줏대감은 이랜드 계열의 NC백화점 평촌점과 뉴코아아울렛 평촌점이다. 두 점포는 신도시 개발 시점인 1994년과 1995년 범계역 사거리에 각각 문을 연 이후 줄곧 상권을 지배해 왔다. 두 점포가 올리는 연간 매출은 3700억~4000억원대에 달한다.

이랬던 평촌 상권에 국내 유통 최강자인 롯데가 운영하는 대규모 복합 쇼핑·문화시설이 들어서면서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하 1층~지상 9층, 연면적 20만3500㎡(영업면적 4만4600㎡) 규모의 평촌점을 29일 연다. 이 점포는 6차선 도로를 마주보고 있는 NC백화점 평촌점이나 바로 붙어 있는 뉴코아 평촌점, 직선거리로 2.8㎞ 떨어진 롯데백화점 안양점의 2~2.5배 규모다. 입점 브랜드 수도 600여개로 300여개인 NC평촌점, 260여개인 뉴코아평촌점을 압도한다. 타임 구호 노스페이스 버버리 빈폴 폴로 유니클로 갭 등 백화점 상품군별 상위 브랜드와 글로벌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들이 입점한다.

건물 구조와 매장 배치, 중앙 동선 등은 효율성보다는 쾌적한 쇼핑 환경을 중시하는 최신 복합몰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했다. 건물 형태는 국내 백화점에선 보기 드문 ‘ㄱ’자 구조로, 중간중간에 보이드(내부에 홀 형태로 만드는 빈 공간)를 크게 두고, 넓은 중앙복도를 사이로 양쪽에 주요 매장들을 배치했다. 백화점보다는 쇼핑몰에 가까운 형태다.

가족단위 고객과 젊은층의 외식 수요를 겨냥해 식음료 매장을 지하 1층과 지상 7·8·10층 등 4개층에 넓게 포진시켰고, 서울 홍대와 강남에서 인기있는 에이프릴마켓, 코코이찌방야, 타코벨 등 트렌디한 레스토랑을 들여놨다. 멀티플렉스(롯데시네마)와 스파, 대형서점(영풍문고), 문화홀, 갤러리 등 문화·여가 시설도 고루 갖췄다. 이찬석 평촌점장은 “경기 서남부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평촌점은 개점 1년차 매출 목표를 3700억원으로 잡았다. NC 평촌점과 뉴코아 평촌점의 연간 매출을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이랜드는 롯데와 경쟁 구도로 가기보다는 매장 리뉴얼과 상품 차별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전략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NC평촌점은 경쟁력이 검증된 이랜드 콘텐츠 중심으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