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16개 광역시·도가 29일 ‘0~2세 무상보육 재원전쟁’을 끝내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구체적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중앙정부가 추가 무상보육 재원을 전액 지원해야 한다”는 지방자치단체의 논리와 “지자체도 무상보육의 한 축”이라는 정부 측 논리가 평행선을 달렸다.

◆여전히 평행선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비공개로 열린 이날 오찬모임은 출발부터 삐걱댔다. 당초 지자체 측에선 16개 광역시·도 부지사가 나오기로 했지만 실제 참석인사는 대부분 실장급이었다. 반면 정부 측에선 당초 예정대로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 이삼걸 행정안전부 2차관이 참석했다. 회의를 지켜본 지자체 관계자는 “분위기가 험악하지는 않았지만 좀 싸늘했다”고 말했다.

회의는 대체로 ‘일방적’이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가 주로 불만을 얘기하고 정부는 가만히 듣는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들은 정부 지원 없는 무상보육 확대는 어렵다는 점과 지자체와 협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무상보육 확대정책을 내놓은 데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정부는 일단 지자체 요구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임 장관은 이날 오찬모임 후 본지 기자와 만나 “지자체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도 무상보육 재원을 전액 국비지원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쳤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도 “보육사무는 중앙은 물론 지방도 분명히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며 전액 국비지원 가능성을 일축했다.

◆예산확보 쉽지 않아

올해 만0~2세 전면 무상 보육에 필요한 정부 예산은 약 1조9000억원이다. 지자체도 대략 이만큼의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는 3300억원가량이 모자란다며 전액 국비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가 작년 말 만 0~2세 무상보육 대상을 소득하위 70%에서 전 계층으로 확대하는 바람에 지자체의 재원이 부족해진 탓이다.

하지만 정부로서도 추가 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비상대책을 쓰지 않는 한 지자체 요구를 들어주기가 쉽지 않다. 모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가 추경을 편성해 우리를 도와달라고 했더니 정부가 도리어 우리에게 추경 편성을 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총리실 차원에서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꾸려져 있으니 거기서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 ‘우회지원’ 가능성

정부가 우회적 방식으로 지자체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상보육을 직접 지원하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지자체 재원을 늘려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김성호 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은 “지난해 정부가 3·22 부동산대책의 일환인 부동산 취득세 감면 정책을 발표하면서 지자체가 크게 반발한 적이 있었다”며 “정부가 결국 취득세 인하에 따른 세수부족분 전액을 지자체에 보전해 준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당시 정부는 취득세 인하로 발생하는 지자체 세수 부족분을 공적자금관리기금을 활용해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방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보전하기로 했다. 지방채 발행에 따른 이자비용 전액도 정부가 부담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도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지자체 요구를 무작정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용석/강경민/서보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