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ㆍ끼로 뭉친 내가 아시아의 스티브 잡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친구들이지만 모두가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를 꿈꾼다는 점만큼은 똑같았다.”(2012년 우승팀 싱가포르팀의 클레맨트·23)

미래의 잡스를 꿈꾸는 아시아 대학생들이 서울에 모여 창의적인 창업 아이디어 경연을 벌였다. 30일 한국경제신문 본사 다산홀에서 열린 ‘2012 한경·KT&G 아시아 대학생 창업교류전’에서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고 KT&G가 협찬,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 등이 후원하는 이 행사는 올해가 11회째다.

이번 대회는 서울대 연세대 경남과학기술대 경상대 등 국내 대학팀, 중국 베이징대·칭화대·홍콩대, 일본 도쿄대, 인도네시아국립대,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필리핀국립대 등 아시아 최고 명문대학 11개팀(130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이날 ‘창업아이템 발표대회’ 영예의 1등상은 난양기술대 학생들이 주축이 된 싱가포르팀이 차지했다. 싱가포르팀은 사용자가 검색했던 기사들을 기억했다가 필요시 다시 보여주는 뉴스검색 사이트 ‘오피니언(opinion)’을 선보였다. ‘오피니언’에는 키워드 태그라는 기능을 넣어 BBC, CNN 같은 뉴스 웹사이트 기사를 하나의 웹사이트에 담아 사용자가 봤던 뉴스를 기억했다가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2위는 경상대 창업동아리 ‘프론티어’ 멤버로 구성된 한국팀이 차지했다. 이날 프레젠테이션한 제품은 쌀겨로 만든 미용식품. 자연 상태에서는 사람이 흡수할 수 없는 쌀겨를 인공으로 발효시켜 알약 형태로 제작했다.

이 팀은 쌀이 가진 영양소 중 95%를 차지하는 쌀겨에 토코페롤 성분이 들어 있어 노화방지에 효과가 좋다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안성진 씨(영어교육과 4학년·26)는 “국내특허를 받았고 국제특허도 출원해놓은 상태”라며 “오는 7월께 판매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필리핀팀은 지도 안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트레비게이터(travigator)’로 3위를 차지했다. 트레비게이터는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비슷한 방식으로 위성을 이용해 교통체증이 있는 지역을 찾아내고 지름길을 알려준다. 지역에 따라 지도 색깔을 다르게 표시하고 지역 날씨까지 제공해 낯선 지역을 여행하는 여행객들에게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행사는 한류의 파워를 새삼 실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필리핀국립대 학생이 발표 도중 예고도 없이 한국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춤과 노래를 부르자 다른 참가자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한국팀이 소녀시대 화면을 보여주며 “여러분도 소녀시대와 같은 아기 피부를 갖고 싶으세요?”라고 물었을때에는 또다시 함성이 쏟아졌다.

대회에 참가한 필리핀 딜리만대의 세실리아 에헤르시토 씨(21)는 “노인이 많은 일본에서 온 일본팀이 노인전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아이템으로 잡았듯 언어와 문화에 따라 비즈니스 관점도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에 다니는 무하마드 카이럴 루시디 씨(23)도 “국내는 물론 글로벌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창업 아이디어를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