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재요, 이것 저것 재다보니 ‘뒷북’을 치는 겁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취임 2주년을 맞은 1일, 시장 관계자가 한은의 통화정책에 대해 건넨 말이다. 한은은 지난달 28일 ‘김 총재의 2년, 비전과 성과’라는 참고자료를 내놨다. 한은법 개정과 글로벌 교류협력 활동 등을 업적으로 들었다.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한다. 김 총재는 국제규제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 아시아지역자문그룹 등 주요 국제 협의체에서 의장직을 수행했다. 작년엔 한국인 최초로 동남아중앙은행기구 조사연수센터(SEACEN) 소장을 배출했다. 파격적인 인사로 한은 조직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정작 한은의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싸늘하다. 세계 주요국이나 시장 기대와 따로 놀아 ‘엇박자 한은’이란 말이 나온다. 한은은 2010년 7월부터 작년 6월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는 연 2.0%에서 3.25%로 높아졌다. 한은은 금리 인상 폭이나 횟수 면에서 세계 주요국과 비교할 때 중간 수준이라고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다르다.

한 민간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좋았던 2010년 하반기 금리를 좀 더 올려 정상화 했어야 했다”며 기회를 놓치다보니 작년 6월 이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9개월째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과 경기 사이클이 비슷한 호주는 2010년 네 차례에 걸쳐 4% 후반까지 금리를 올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발한 작년 4분기에는 두 차례 금리를 내려 선제적이고 즉각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통화정책은 그 나라가 처한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최우선 목표가 물가안정이라는 점은 차이가 없다. 한국의 작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로, 32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여섯 번째로 높았다. 물가통제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김 총재 임기는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이달에는 7명의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중 5명을 새로 뽑는다. 새로운 금통위를 구성하는 김 총재가 남은 기간 한은의 국제적 위상이나 조직 개혁보단 기본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한은법 1조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명기하고 있다.

서정환 경제부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