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에서 혼자 앉아 있는 젊은 여자에게 낯선 남자가 다가와 “OO씨 맞나요?”라고 말을 건넨다면 십중팔구 깜짝 놀랄 것이다. 만약 이 남자가 여자의 학력 나이 생년월일까지 술술 읊어댄다면 더욱 놀랄 일이다.

실제로 이런 일을 가능케 하는 앱(응용 프로그램)이 한때 애플 앱스토어에 올려져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 앱 이름은 ‘내 주변 여자(Girls Around Me·사진)’. 러시아 아이프리(i-Free)란 개발사가 등록한 앱이다.

이 앱은 페이스북 개인정보와 포스퀘어 위치정보를 결합해 주변에 있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알려준다. 앱을 실행하면 주변에 있는 여자(또는 남자)들의 위치가 지도에 표시되고 사진에 손가락을 대면 신상정보가 뜬다. 포스퀘어 사용자의 체크인(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행위) 정보와 페이스북에서 공개한 개인정보이다.

앱 소개 사이트(girlsaround.me)에는 ‘주변에 있는 남녀를 찾게 해준다. 근처에 있는 예쁜 여자를 둘러보고 썸네일 사진에 손가락을 대면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어디서든 주변에서 체크인 하는 여자를 찾아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정 지역에서 누가 서성거리는지도 알 수 있다’고 설명해 놓았다.

이런 앱을 개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페이스북이든 포스퀘어든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하기 때문이다. 포스퀘어는 ‘내 주변 여자’ 앱이 논란을 빚자 이 앱의 API 접근을 차단했고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앱을 내렸다.

이 앱에서는 포스퀘어와 페이스북을 모두 사용하는 사람이 스스로 공개한 정보를 활용한다. 따라서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용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와 위치정보를 결합할 경우 사생활 침해 소지가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 언론에는 ‘스토커 같은 앱’이라느니 ‘프라이버시에 경고등’이란 표현을 쓰며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개발사 측은 ‘이 앱으로 특정인을 찾고 그 사람의 위치를 추적할 수는 없다. 창밖을 내다보듯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볼 수 있을 뿐이다’고 해명했지만 미국 언론은 사생활 침해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성주 FNAS 대표는 “여기저기서 개인정보랑 위치정보를 끌어모아 ‘내 주변 여자’와 같은 앱을 만든다면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소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