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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환경부의 허술한 수입품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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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병훈 지식사회부 기자 hun@hankyung.com
    [취재수첩] 환경부의 허술한 수입품 검사
    “수입업체가 알아서 잘 관리했으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환경부 실무책임자)

    환경부가 지난 2일 중국산 오토바이 ‘오페라’에 대해 수입 및 판매 금지조치를 내린 직후 실무부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오페라는 한국환경공단이 불시에 시행하는 ‘수시검사’에서 일산화탄소 배출 허용기준을 334% 초과해 수입·판매 금지조치를 당했다.

    중국산 오토바이 판매 금지조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에도 35종을 선정해 수시검사를 했는데, 이 중 5종이 이번과 같은 이유로 판매 금지됐다. 당시 11종은 검사를 위한 차량 샘플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수입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막을 수는 없었는가”를 묻는 기자에게 실무책임자는 “사전 인증검사가 있긴 하지만 당시에는 위반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수입업체가 인증검사를 받을 때는 실제로 판매되는 것과 다른 제품으로 ‘규정에 맞춘’ 오토바이를 가져온다. 수입 후에도 평균 1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사는 하지만 이때는 공공기관이 검사에 개입하지 않는다. 업체가 자체적으로 검사한 뒤 환경공단에 사후 보고만 하고 있다.

    이런 검사제도라면 오토바이 수입업자의 허위보고에 정부는 속수무책인 셈이다. 인증검사를 ‘꼼수’로 피한 업체가 정기검사 보고서를 정직하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이번에 오페라를 적발한 수시검사도 국내 판매대수가 많거나 기준초과 가능성이 높은 것만 골라서 하는 형편이다. 이쯤 되면 얼마나 많은 기준미달 오토바이가 굴러다니는지 추산조차 어려울 정도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FTA 체결과 함께 상황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열심이다. 지난 2월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열린 ‘유엔환경계획(UNEP) 특별집행이사회’에 장관이 다녀왔고, 지난달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환경장관회의’에도 참석했다. 환경부가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등잔 밑부터 먼저 확실하게 챙기는 꼼꼼함이 더 절실해 보인다. 수입사업자의 ‘선의(善意)’에 기대는 행정은 대기오염 악화를 방치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양병훈 지식사회부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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