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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 & 매니지먼트] 순천역앞 밥집 '꼬마 호객꾼'…21살에 행시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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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탐구 - 서종대 주택금융공사 사장

    "난 건설부 노가다" 舌禍 마다않고 정공법 승부
    盧·MB정부서 중용…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 주도, 세종시 수정안 부결 후 사표
    관료보다 CEO 체질…"문제의식 갖고 고칠 생각해라" 직원 긴장시키는 '호랑이 사장'
    [CEO & 매니지먼트] 순천역앞 밥집 '꼬마 호객꾼'…21살에 행시 합격
    1976년 4월 늦은 밤에 벌어진 일이다. 10대 남학생이 헐레벌떡 전남 순천의 한 병원 응급실에 들어섰다. 등에는 중년 여성이 업혀 있었다. 의사에게 “화장실에 다녀오시던 어머니가 마루턱에 쓰러져 움직이지 못 하신다”고 외쳤다. 바삐 불려나온 의사는 등에 업힌 여성의 진맥을 한 뒤 짧게 말했다. “이미 돌아가셨네.”

    어머니를 등에서 내려놓지도 못한 채 병원 문을 다시 나서야 했다. 쏟아져야 할 눈물이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대로 집에 가서 장례를 치렀다. 7년 전 아버지도 잃은 상태였다. 장례기간 내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친척들이 그랬다. “저 독한 놈, 지금 안 울면 평생 울 거다.” 서종대 주택금융공사 사장(52)이 고교 2학년 때였다.

    서 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의 핵심 정책 책임자로 언론에 수없이 오르내렸던 인물이다. 당시 주택국장, 주거복지본부장 등을 지내며 분양가 상한제 등 부동산 수요억제 정책들을 주로 추진했다. ‘투기에 가담하면 낭패를 볼 것’이라는 식의 직설적인 어법 탓에 설화도 꽤나 겪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세종시기획단 부단장 등에 기용됐다가 공직에서 물러났던 그는 작년 11월 주택금융공사 사장으로 현업에 복귀했다. 여전히 통이 크고 거친 듯한 직설화법도 그대로다.

    ○순천역의 어린 호객꾼

    “아따, 시장하시죠잉, 요 앞에 허벌라게 맛있는 밥집 있는데 안 가보실라요? ”

    순천역에 내린 손님들에게 어린 서 사장은 득달같이 달려가 손을 잡아끌곤 했다. 일부는 내쳤지만, 마음 좋은 손님들은 못 이기는 척 따랐다. 목적지는 순천역 앞 낙동식당. 어머니가 홀로 7남매를 키우느라 차린 밥집이었다.

    어머니는 해방 전인 1943년 일본 오사카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전남 여수 출신인 아버지는 해방 후 한국으로 건너와 순천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엔 식당이 아니라 ‘여행이발관’이었다. 차츰 살림이 폈다. 3남4녀를 낳았는데 여섯째가 서 사장이었다.

    어릴 때 그의 꿈은 ‘대통령’이었다. 집안 사람들과 동네 어르신들에게 총명하다, 영특하다는 이야기를 곧잘 들어서 꿈을 크게 가질 만했다. 아버지는 형을 제치고 차남인 그를 집안 행사에 데리고 다녔다. 족보를 펼쳐 보이며 무너진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하시곤 했다.

    영특한 여섯째에게 기대가 컸던 아버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돌아가셨다. 홀로 된 어머니는 이발소를 접고 식당을 냈다. 이름이 낙동식당인 것은 어머니가 경남 김해 출신이어서다. 경상도 사람이 오면 음식을 더 내주며 반겼다. 서 사장은 “명절처럼 손님이 많을 때는 역 앞에 나가 조바(호객꾼) 노릇을 했다”고 회상했다.

    부모를 여읜 후엔 일탈할 틈이 없었다. 힘들 땐 혼자 교회에 나가 기도하며 자신을 바로잡는 모범생이었다. 고교 졸업 후 전기대학에 낙방하고 장학금을 준다고 약속한 한양대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2학년 초 행정고시를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공직에 나가서 퇴락한 집안을 다시 세워야 한다’던 아버지 말씀이 기억나서다. “2년간 모든 걸 끊고 독하게 공부해서” 1년 6개월 만에 합격(제25회)했다. 1981년, 만 21세였다. 그의 ‘깡다구’ 기질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졸업 후 공직에 바로 가기는 이르다고 생각해 군대부터 가기로 했다. 보병장교를 지원했지만 49㎏ 몸무게를 못 미더워한 면접관이 그를 경리장교로 보냈다. 군 시절에 대한 회고는 독특하다. “인생에서 가장 편하고 여유로운 시간, 해방의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가장의 짐을 벗고 내 생활만 하면 됐다”는 게 이유였다.

    ○싸워 이기는 정공법이 전문

    그는 스스로 “나는 건설부 노가다 출신”이라고 소개한다. 정확하게는 노가다라기보다 부동산 정책 설계가 그의 전공이다. 다른 건교부 공무원과 달리 좀 튀는 데가 있었다. 추진력도 추진력이지만 뒤에서 판을 조정하면서도 정공법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게 그의 스타일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런 업무 스타일은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그는 2007년 주거복지본부장을 맡으면서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는 데 앞장섰을 때 쏟아진 비난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내가 참여정부의 모든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것처럼 알려진 것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정작 2003년 10·29대책이나 2005년 8·31 대책 때는 해당 업무를 담당하지 않았거든요.”

    그렇다고 정색을 하고 부인하지도 않는다. “당시의 각종 정책 수립에 조언하고 정책 홍보의 전면에 서긴 했지요.”

    다만 지금은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그는 “1999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6년 새 5배 이상 오른 땅값과 아파트 분양가를 정상화하려면 불가피한 조치였다”면서도 “이런 조치는 위기 때 한시적인 극약처방이니 시장이 풀린 2009년 무렵엔 풀어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청 차장, 2009년 총리실 파견 등으로 그를 중용했을 때 세간에선 “노 정권의 사람을 기용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세종시의 밑그림을 수정하는 작업을 추진하던 그는 2010년 9월 사직서를 썼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그 라인의 모두가 사직했기 때문”이었다.
    만 21세 때 행시에 합격한 뒤 29년 만이었다.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나이는 아직 50세에 불과했으니 아쉬움이 컸다”고 했다. 섭섭함도 있었단 얘기다. 주변에 그가 차관은 할 거라고 덕담하던 이들이 많았으니 더 그랬다.

    ○주택금융공사선 ‘호랑이 사장’

    주택연금·보금자리론·모기지채권유동화 등을 담당하는 주택금융공사 사장 자리에는 통상 재정부나 금융위 출신 관료가 온다. 재경직 공무원이 아닌 서 사장의 임명은 이례적이었다. 전직 사장이 건강상의 문제로 빨리 물러나면서 그에게 다시 공공업무에 복귀할 기회가 돌아왔다. 그는 “건교부에서 주택 관련 분야를 맡아 하던 일 그대로 하는 건데 뭘 그러느냐”고 눙치면서도 “사실은 공부 엄청 했다”고 귀띔했다.

    직원들에 대한 요구 수준도 굉장히 높다. 고객에게 쓸데없는 서류를 요구하거나 신청 과정에서 ‘공부상 대지’ 등 궁금증이 생기는 복잡한 표현을 썼다간 사장의 호통을 들을 각오를 해야 하는 ‘호랑이 사장님’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항상 문제의식을 갖고 살 것, 고치려고 생각할 것, 두 가지를 주문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공사 사장으로서의 철학을 묻는 질문에 “월세 사는 사람 전세 살게 해 주고, 전세 사는 사람 집 사게 해 주는 것이 내 목표”라고 시원시원하게 답했다. 거시경제를 논하는 대부분의 재경직 공무원 출신들과는 톤이 다르다. “월세 서민의 전세 전환을 위해서는 신용이 부족한 이들이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전세 보증을 강화해야 하고 전세 사는 사람이 집을 마련하려면 장기저리의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워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집값은 장기적으로 오르며, 그 혜택을 국민들이 가급적 많이 보도록 하는 게 좋지 않느냐”고 했다.

    주택금융공사는 작년에 유동화증권 발행, 보증서 발급 등으로 약 40조원을 시장에 풀었다. 올해는 50조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미국의 모기지 시장 비중은 50%에 달하는데 우리는 5%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없어질 수 없는 회사,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는 회사에 다니는데 흥이 나지 않을 수 있나요? ”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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