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법무법인(로펌)에서 기업 인수·합병(M&A) 업무를 맡고 있는 윤 모 변호사는 얼마 전 언론보도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의 차입매수(LBO) 방식 M&A에서의 배임 혐의와 관련해서였다. LBO는 피인수 기업의 자산 등을 담보로 잡거나, 인수자금을 피인수기업에도 부담시켜 M&A하는 방식이다.

선 회장은 2005년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은행으로부터 2330억원을 빌렸다. 여기에 SPC 자체 자금을 더해 하이마트를 5127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SPC와 하이마트를 합병했다. 검찰은 선 회장이 합병을 통해 SPC의 부채를 하이마트에 떠넘겼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의 M&A는 2010년 4월 동양그룹의 한일합섬 인수와 관련한 배임 사건 재판에서 무죄로 판결된 사안이다. SPC와 피인수기업이 적법한 절차를 통해 합병했다면 부채를 함께 부담하는 것 역시 문제가 없다는 게 당시 판결의 근거였다.

검찰은 선 회장이 자신의 자녀가 지분을 가진 페이퍼컴퍼니로 하여금 하이마트를 인수케 해 지분을 유지하는 등 “합병을 가장했다”는 점을 차이로 들고 있다. 윤 변호사는 그러나 “합병에 어떤 다른 의도가 있다고 해서 죄를 물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선 회장이 M&A 당시 자신의 지분을 주당 22만원에 팔고, 다른 주주의 지분은 17만원에 팔리도록 한 점에 대해서도 검찰은 주주에 대한 배임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대형 로펌의 양모 변호사는 “다른 주주의 주식을 비싸게 팔리도록 하는 의무가 대주주에게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선 회장을 편들자는 게 결코 아니다. 그는 횡령과 탈세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이 밝힌 혐의대로라면 1000억원대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등 죄질이 나쁘기 짝이 없다.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된다면 선 회장은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LBO식 M&A에 적용된 배임혐의에 대해선 논란이 적지 않다. 경영판단과 연결되는 문제라서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배임죄 자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LBO 방식을 형사처벌하는 국가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의욕이 앞선 검찰의 판단이 자칫 기업들의 M&A 의욕을 꺾지 않을까 해서 하는 말이다.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