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경기가 최고 활황기를 맞았던 5~6년 전부터 동남아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등지에 ‘한류 아파트’ 붐을 일으키며 해외 부동산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던 건설사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철수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침체를 이기지 못해서다.

◆경쟁적으로 뛰어든 해외개발사업 ‘시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2008년부터 추진했던 국제금융복합개발사업(IFC 프로젝트)에서 손을 뗐다. 프놈펜 중심지 6만8461㎡ 부지에 52층짜리 오피스와 아파트 등을 짓는 1조원 규모의 대규모 복합단지사업이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작년 하반기에 땅을 팔았다.

비슷한 시기에 앞다퉈 캄보디아에 진출했던 한일건설 등 10여개 건설사도 분양실패로 현지법인을 철수했거나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프놈펜의 주거복합신도시 ‘캄코시티’공사를 진행하던 한일건설은 200억원가량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가운데 철수를 검토 중이다. 포스코건설도 프놈펜 번화가에 짓던 오피스빌딩 공사를 중단했다. 부영은 아파트 개발을 위해 프놈펜 인근에 4000여㎡에 이르는 부지를 사들였으나 경기침체로 사업 착수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은 하노이에 대규모 택지를 보유하고 있으나 현지 주택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분양채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동일토건 우림건설 성원건설 등 중견업체들은 2007년부터 카자흐스탄 개발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개발환경이 국내 시장과 크게 달라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데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중견 건설사들은 결국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로 내몰렸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개발 사업에 나섰던 신성건설 성원건설 현진 범양건영 등도 비슷한 상황에서 대부분 사업을 중도에 포기했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손해 안 보면 다행’

해외 부동산 개발시장 진출 실패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막힌데다, 철저한 수요 분석 없이 무분별하게 사업에 뛰어든 건설업체들의 ‘오판’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장밋빛 기대감만 높았을 뿐 정보력이 취약해 현지 법적규제와 건설관행 등에 어두웠고,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장도 수두룩했다”고 털어놨다. 베트남의 경우 국내 건설사의 ㎡당 공사비는 800달러로 현지 업체의 두 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준공한 개발 사업은 반도건설의 두바이 ‘유보라 타워’와 경남기업의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타워’ 등 손꼽을 정도다. 한류아파트 열풍이 불었던 캄보디아의 경우 지금까지 준공한 아파트 물량이 1000~1500가구에 그친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정보기획실장은 “해외 개발사업은 사업성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사회·문화적 특수성도 고려해서 접근해야 한다”며 “기술력이 뛰어난 플랜트나 최근 주목받고 있는 친환경 수처리사업 등 신사업 분야에 초점을 맞춰 진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진수/김보형/정소람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