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금 협상은 회사에 일임하겠습니다.” (윤영기 웅진코웨이 생산공장 근로자 대표)

“지난해 직원 여러분들이 하나로 뭉쳐 많은 이익을 낸 만큼 임금을 인상하겠습니다.”(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

지난달 웅진코웨이 임금 협상에서 오간 대화다. 회사 매각을 앞두고 근로자 대표는 사실상 임금 동결을 자진 선언했고, 사측은 인상 약속으로 화답했다.

윤영기 근로자 대표는 “창사 이래 초유의 위기 상황에서 임금 인상 협상을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회사의 경영 안정화에 기여하고 성공적인 매각이 이뤄지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회사가 매물로 나올 경우 내부적으로 노사 간 충돌이 일어나는 게 상례다. 그러나 웅진코웨이는 예외다. 직원들은 회사를 먼저 걱정하고, 회사는 직원을 챙기는 모습이다.

○임직원 피로 풀어주는 ‘신기(神氣) 충전방’

이는 ‘신기 문화’라 불리는 독특한 기업문화 덕분이었다. ‘신기 문화’는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어야 창의력과 도전정신, 탁월한 성과까지 창출할 수 있다는 웅진코웨이의 차별화된 문화다. 구성원 간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며 서로 배려하고 존중한다.

이 회사는 이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신기나라 운동본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홍 사장은 매달 한 번 이상 신입사원들을 만나 ‘일하기 좋은 기업’을 가꾸기 위한 아이디어를 받는다. 임직원들이 구내식당에서의 붐비는 점심시간을 피해 먼저 식사를 하거나 나중에 식사하도록 하는 ‘식사시간 탄력운영제’ 같은 것도 여기서 나왔다. ‘신기나라 연차휴가 달력’을 배포해 직원들의 휴가사용을 자유롭게 한다거나,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채용해 임직원의 피로를 풀어주는 ‘신기충전방’을 설치한 것도 마찬가지다.

조직 내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홍 사장이 직접 포장마차를 열어 직원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하는 행사가 있다. ‘해피 홍(홍 사장의 별명)의 행복포차’다. 직원 가족을 초청하는 ‘코웨이 데이(Coway Day)’는 신입사원부터 최고경영자에 이르기까지 허물 없이 어울리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웅진코웨이는 자유롭고 밝은 사내 분위기로 유명하다. 지난해엔 GWP(Great Work Place)코리아가 선정하는 ‘대한민국에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서 제조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우물 파기 등 사회 공헌에도 적극 나서

웅진코웨이의 이 같은 기업문화는 사회공헌 활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 회사는 2006년부터 캄보디아에서 연간 100공의 우물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5년까지 1000공 이상의 우물을 팔 계획이다. 캄보디아는 수질환경이 열악한 국가 중 하나다. 웅진코웨이는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우물을 제공해 캄보디아의 식수난 해결과 수질환경 개선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유구천 가꾸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에 위치한 유구천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1급수의 수질을 자랑했다. 하지만 공업화로 3급수까지 악화됐다. 웅진코웨이는 2003년 10월 환경부, 공주시 등과 유구천 가꾸기 시범사업 협약을 맺고 하천 정화활동에 나섰다. 이에 따라 유구천은 2008년 다시 1급수로 거듭났다. 웅진코웨이는 이후에도 하천이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리해 오고 있다.

한국 문화재 지킴이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궁궐 우물을 관리하고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궁궐 우물살리기 사업이 대표적 예다. 우물 안내판을 설치하고 주변 환경도 복원하고 있다. 적극적인 관리와 복원 활동으로 주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