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 DMC 랜드마크 무산 위기…"이대로 지으면 1조 손해"
서울 상암동에 들어설 133층 규모의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인 ‘서울 라이트 타워(조감도)’가 당초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사업손실액이 1조1300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신용평가사의 분석이 나왔다.

5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한국기업평가의 ‘서울 라이트 타워 개발 사업성 평가’ 자료에 따르면 내년부터 2022년까지 진행될 이 사업의 총수입은 4조1506억원, 소요자금은 5조2820억원으로 순손실액이 무려 1조131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산업은행 한국교직원공제회 등 서울 라이트 타워 사업의 25개 주주들이 국내 3대 신용평가회사 가운데 한 곳인 한국기업평가에 의뢰해 나온 결과다.

총수입의 경우 분양·매각수입은 3조3126억원, 운영수입은 8380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요자금은 사업비가 3조6783억원, 매각 및 임대지연으로 인한 이자비용이 1조603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사업적자의 주요 요인은 상가·오피스의 과잉배정, 부동산시장에서의 주상복합 인기하락, 23만㎡(약 7만평)에 달하는 상가·문화시설들의 통일된 컨셉트 부족, 초고층 빌딩의 건설원가 급등 등이 꼽혔다. 특히 부동산시장 환경변화로 선분양을 통한 토지·건축비 조달이 어려울 것이란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주상복합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서 선분양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상가도 선분양에서 임대 또는 선임대·후분양 방식으로 공급트렌드가 바뀌었다”며 “이 때문에 분양수익으로 토지·건축비의 상당부분을 조달한다는 사업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외부차입을 통한 사업비 조달과 차입금 마련도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시행사인 서울 라이트 타워(주)는 현재 133층으로 계획된 건물 규모를 70층 내외로 낮춰 줄 것을 서울시에 꾸준히 요구해왔다. 또 전체 건물 중에서 20% 정도로 배정된 주거비율도 높여주고, 오피스텔 공급도 허용해줄 것을 주장해왔다.

시행사는 이 같은 내용의 사업계획변경안을 지난 6월 이후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서울시에 제출했다. 시행사 관계자는 “사업계획 변경을 통한 신속한 사업추진이 시행사는 물론 서울시 모두에게 좋은 방안으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서울시는 ‘절대불가’ 원칙만 고수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초대형 개발사업의 경우 실제 사업착수까지 기간이 길기 때문에 상황변화에 맞게 사업계획 변경을 해주는 것이 불가피하다” 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한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상징적 개발사업들은 디자인 수월성은 물론 주거시설과 호텔, 업무·전시·문화시설 등이 조화롭게 구성돼야 하는데, 시행사가 최근 요구한 변경안은 이런 당초 취지에서 지나치게 벗어난 것이어서 수용하기 힘들다”며 “주거시설의 과도한 확대는 공모 기준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특혜시비까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와의 견해 차이로 사업계획 변경이 지연되면서 시행사는 최초 사업계약 3년이 되는 오는 7일부터 매일 1억원에 달하는 착공지연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