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잡스법, 미국의 승부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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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 논설·전문위원 /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미국 상·하원이 일명 ‘잡스(JOBS)법’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법의 정식 명칭은 ‘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신생기업 지원법이다. 법의 머리글자를 딴 잡스라는 말이 절묘해 보인다. 벤처캐피털의 도움을 받았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연상케 하는 동시에 일자리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신생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게 이 법의 취지다. 닷컴 버블 붕괴와 엔론 사태 이후 강화된 기업공개(IPO) 절차와 규제를 신생기업들에 한해 대폭 간소화하고, 소액투자자를 모을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crowd-funding)’을 허용했다. 또 주주 2000명 이하 기업은 증권거래위원회(SEC) 등록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제3시장의 발전을 기대하는 조치로 보인다. 과연 이 법은 미국에 새로운 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가져다 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버블을 만들어 또다시 위기를 낳을 것인가. 지금 미국에서는 이 논란이 분분하다.
새로운 혁신이냐, 버블 예고냐
최근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전망이 속속 들려온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저대로 쓰러지리라고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직도 3% 내외인 잠재성장률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이런 잠재성장률의 핵심은 새로운 기업의 창출에 있다. 기술이나 혁신적인 창업에 관한한 미국을 필적할 국가는 아직 없다. 신생기업이 가장 단기간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곳도 미국이다. 이는 다시 창업 동기를 강하게 자극한다. 무엇이 이런 선순환을 가져왔는지 아직도 학자들의 단골 연구주제일 정도다. 지식재산(IP) 보호, 인구 3억명·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라는 거대한 동질적 시장규모에 벤처캐피털이라는 혁신 금융이 더해지면서 그런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것이 불황에 직면해서도 미국 경제를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슘페터는 ‘불황의 필요악설’을 주장했다. 나아가 불황은 새로운 혁신, 산업, 시장에 도전하게 한다고 했다. 그런데 슘페터의 이런 주장에는 ‘신용제약이 없다면’이라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자본주의에서 혁신이 중요하고, 기업가도 중요하지만 금융의 역할이 꼭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벤처캐피털은 슘페터가 말한 그런 금융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변수
지난해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규모는 284억3000만달러로 2010년의 232억6000만달러에 비해 22%가량 늘었다. 이런 벤처캐피털과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하는 이들이 또 있다. 27만명에 이른다는 엔젤투자자들이다. 이렇게 혁신 금융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미국이 그마저도 부족하다고 잡스법까지 들고 나왔다. IPO 등에 대한 규제완화도 그렇지만 이번에는 아예 일반인들의 벤처투자에 본격적으로 물꼬를 트겠다고 작심한 것 같다.
논란의 핵심은 크라우드 펀딩이다. 과연 투자자를 보호하면서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소기업은 흥분하고 있고, 벤처투자자는 대환영이다. 하지만 규제당국은 후유증을 우려한다. 상원도 걱정이 됐는지 일반 투자자의 소득에 따른 투자상한 설정 등 일부 수정을 가했다. 결국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다. 2000년대 초 ‘묻지마 투자’의 쓴맛을 톡톡히 본 우리다. 그리고 지금 일자리 해법으로 창업, 엔젤, 펀드 얘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실험이 무척 궁금해진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새로운 혁신이냐, 버블 예고냐
최근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전망이 속속 들려온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저대로 쓰러지리라고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직도 3% 내외인 잠재성장률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이런 잠재성장률의 핵심은 새로운 기업의 창출에 있다. 기술이나 혁신적인 창업에 관한한 미국을 필적할 국가는 아직 없다. 신생기업이 가장 단기간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곳도 미국이다. 이는 다시 창업 동기를 강하게 자극한다. 무엇이 이런 선순환을 가져왔는지 아직도 학자들의 단골 연구주제일 정도다. 지식재산(IP) 보호, 인구 3억명·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라는 거대한 동질적 시장규모에 벤처캐피털이라는 혁신 금융이 더해지면서 그런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것이 불황에 직면해서도 미국 경제를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슘페터는 ‘불황의 필요악설’을 주장했다. 나아가 불황은 새로운 혁신, 산업, 시장에 도전하게 한다고 했다. 그런데 슘페터의 이런 주장에는 ‘신용제약이 없다면’이라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자본주의에서 혁신이 중요하고, 기업가도 중요하지만 금융의 역할이 꼭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벤처캐피털은 슘페터가 말한 그런 금융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변수
지난해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규모는 284억3000만달러로 2010년의 232억6000만달러에 비해 22%가량 늘었다. 이런 벤처캐피털과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하는 이들이 또 있다. 27만명에 이른다는 엔젤투자자들이다. 이렇게 혁신 금융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미국이 그마저도 부족하다고 잡스법까지 들고 나왔다. IPO 등에 대한 규제완화도 그렇지만 이번에는 아예 일반인들의 벤처투자에 본격적으로 물꼬를 트겠다고 작심한 것 같다.
논란의 핵심은 크라우드 펀딩이다. 과연 투자자를 보호하면서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소기업은 흥분하고 있고, 벤처투자자는 대환영이다. 하지만 규제당국은 후유증을 우려한다. 상원도 걱정이 됐는지 일반 투자자의 소득에 따른 투자상한 설정 등 일부 수정을 가했다. 결국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다. 2000년대 초 ‘묻지마 투자’의 쓴맛을 톡톡히 본 우리다. 그리고 지금 일자리 해법으로 창업, 엔젤, 펀드 얘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실험이 무척 궁금해진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