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30위권 건설사…지금은 9곳만 살아남아
시공능력 평가액(건설업계 순위 기준) 상위 30대 건설업체 가운데 지난 50년간 해당 순위권을 유지한 건설사는 5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생존한 업체는 9곳, 경영권 변동이 없는 건설사는 3곳에 그쳤다.

시공능력 평가액은 건설업체의 시공능력을 공사 실적과 경영 상태, 기술력, 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발주자가 시공업체를 선정할 때 주요한 판단 기준으로 쓰인다.

5일 대한건설협회가 1962년부터 2011년까지 50년간 시공능력 평가액(1997년 이전 도급한도액) 상위 30대 업체의 변동 상황을 조사한 결과 도급한도액을 도입한 1962년 30대 순위 내 업체 중 현재까지 30위 이내를 유지하고 있는 건설사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경남기업, 삼환기업, 풍림산업 등 5개사였다.

문을 닫지 않고 영업 중인 건설사도 현대건설 대림산업 경남기업 삼환기업 풍림산업 극동건설 삼부토건 동아건설 신성건설 등 9개사로 이 가운데 대주주가 바뀌지 않은 건설사는 대림산업 삼환기업 풍림산업 등 3개사에 불과했다.

상위 건설사들의 ‘흥망성쇠’가 결정된 시점은 경제개발이 빠르게 이뤄진 1970년대였다. 급격한 경제 성장에 힘입어 삼성과 대우 롯데 등 대기업 계열의 건설사들이 잇따라 시장에 진입하면서 현재의 30위권 내 대형사들이 대부분 결정됐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단순 수주 시공에서 기획과 조달, 개발 단계로 건설업이 확대되면서 파이낸싱(자금조달)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됨에 따라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한양과 삼환기업 극동건설 등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1990년대는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대우건설과 동아건설 쌍용건설 등 대형 업체들이 잇따라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건설업계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1964년을 제외하고는 시공능력 평가액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현대건설이 경영 악화로 2001년부터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면서 독주체제가 깨진 게 2000년대의 가장 큰 변화였다.

현대건설은 2004~2007년까지 4년 연속 1위 자리를 내줬다. 이후 현대건설은 작년 4월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됐다. GS건설과 포스코건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