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6일 오전 8시24분 보도

1년 넘게 주식거래가 정지된 중국고섬이 중국 현지에서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에 성공하면 싱가포르거래소에서는 상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국내 투자자들도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6일 금융당국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국고섬은 지난달 싱가포르거래소와 한국거래소에 인수·합병(M&A) 방안을 포함한 기업개선계획을 제출했다. 중국고섬은 매각을 위해 중국 현지의 잠재인수자와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지 기업이 중국고섬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 초기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감안해 싱가포르거래소에서 거래 재개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고섬은 자회사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로 싱가포르거래소 원주는 지난해 3월21일, 한국거래소 주식예탁증서(DR)는 지난해 3월22일부터 매매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중국고섬이 M&A에 성공하면 싱가포르거래소에선 상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중국고섬은 지난달 말 싱가포르거래소에 증권 거래 재개를 위한 제안서를 제출하고 기업개선계획을 이행할 수 있는 추가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중국고섬 M&A가 한국거래소 상장폐지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싱가포르에선 효력이 있을 것”이라며 “싱가포르에서 거래가 재개되면 유동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상장된 중국고섬 DR 1주는 싱가포르 원주 20주로 교환된다.

중국고섬의 M&A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IB업계 관계자는 “잠재 인수자가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면서도 “M&A를 추진 중인 중국고섬의 임시 경영진은 어느 정도의 독립성과 신뢰가 구축돼 있어 단순히 시간끌기용 협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오샹빈 전 중국고섬 대표이사는 사퇴했으며 사외이사 중 한 명이 임시 대표를 맡고 있다. 추가로 곽경직 법무법인 KNC 대표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17일 전에 상장공시위원회를 열고 중국고섬의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중국고섬의 M&A 등 기업개선 작업과는 별개로 감사의견 ‘거절’ 사유를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싱가포르거래소가 특별감사인으로 지정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감사가 늦어지면서 국내 감사인인 언스트앤영(E&Y) 한영회계법인 역시 재감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고섬 측은 한국거래소에 추가 개선기간을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중국고섬은 2008년 싱가포르에 설립된 지주회사로 차별화 폴리에스터 섬유를 생산하는 푸젠신화웨이, 저장화강을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상장 주관사였던 대우증권은 중국고섬 DR 830만주를, 한화증권은 DR 350만주와 싱가포르 원주 2200만주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의 경우 원주 1220만주로 전환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