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됐지만…"할 수 있는 게 없네"
“법정에 나가서 변론도 못 하는데 변호사라고 말하기가….”

A변호사는 지난달 23일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한 달 전에 들어간 법률사무소에선 그를 여전히 ‘시보’라고 부른다. 스스로도 자신을 변호사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시험에 합격하면 바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지만 법정에서 변론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독개업이나 사건수임도 금지돼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엄밀히 말하면 6개월간은 ‘예비 변호사’ 신분이다. 이 기간 동안 로펌이나 기업에 취업해 법률사무에 종사하거나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연수받는 등 실무수습을 거치지 않으면 법정에 설 수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6일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은 6개월간 법정에 출석해 재판 진행상황을 지켜볼 수 있어도 변론을 하는 등 주도적으로 소송을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무처리능력이 떨어져 단독개업을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민사소송에서 다른 변호사를 대신하는 ‘복대리’도 안된다. 예컨대 B로펌의 경력 변호사가 바쁜 일정이 있다고 해서 실무수습 중인 변호사에게 법정에 대신 가게 하거나 일을 맡길 수 없다는 얘기다. 아직 변호사 자격증을 따지도 못한 사법연수원생보다 못한 대우다. 사법연수원생의 경우 2년차 때 2개월간 검찰에서 시보를 지내는 동안 피의자를 심문해 조서를 작성하기도 하는 등 일정 부분 검사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로스쿨 출신들은 “헌법소원을 검토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연수는 현장에 가서 뛰면서 배우는 게 최선”이라며 “복대리 금지 등 각종 제약들이 로스쿨 출신들의 취업에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 건물은 갑자기 시끌해졌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400명이 지난 1일부터 연수를 받고 있어서다.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1451명의 27.6%에 해당하는 규모다. 취업에 실패한 ‘낭인 변호사’가 대부분이지만 취업한 변호사도 더러 있다. 법률사무소나 기업에 취업했더라도 기존 변호사 숫자가 새로 채용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보다 적으면 제대로 된 연수가 어렵다고 해서 그 차이만큼은 대한변협에서 연수를 받도록 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취업에 성공한 변호사들도 사정은 천차만별이다. 대형로펌에서 연봉 1억원을 받는가 하면 아예 10원도 못 받는 변호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달 전 소형로펌에 취직한 C변호사의 월급여는 세전으로 400만원. 6개월 뒤엔 500만원+수당을 약속받았다. 대학 선배가 대표로 있는 로펌이어서 운이 좋은 편이다. C변호사는 “로스쿨 출신들은 6개월간은 평균 월 200만원 정도 받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무수습 이후에도 취업이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취업 연장과 연봉재협상을 조건부로 채용한 기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