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이 국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법원 선고가 당초 3월 말에서 7월 말로 연기됐다. 소송 당사자들은 “기술적·법률적 쟁점 심리를 다 마친 상태였는데 선고 직전에 재판부가 바뀌는 바람에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배준현)는 지난 6일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낸 특허권침해금지 등 청구소송 재판에서 오는 6월 말께 마지막 변론을 거쳐 7월 말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소송도 같은 재판부가 비슷한 시기에 결말을 낼 전망이다.

작년 4월 시작된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은 지난 3월 말 선고가 날 예정이었다. 그런데 2월 법원 정기인사에서 담당 재판부 판사 3명 중 재판장과 배석판사 1명이 교체되면서 그동안 진행했던 6차례 변론은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법원이 소송 중인 대형사건의 담당 재판장 등을 교체한 것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다른 나라의 재판결과를 눈치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만하다. 무엇보다 천문학적 규모의 소송가액에 재판부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는 국내 소송과 쟁점이 비슷한 2건의 소송이 7월 말~8월 초에 결말이 날 전망이다. 미 캘리포니아 연방법원 북부지원에서 7월 말에 배심원 평결이 내려지고,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은 8월 초로 예정돼 있다. 미국 재판의 진행 과정과 결과를 국내 법원이 참고하겠다는 속내가 비쳐지는 대목이다.

이번 소송은 애플 측 대리로 김앤장이 단독으로 맡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특허를 침해당했다며 공격하는 소송은 광장이, 방어하는 소송은 율촌이 맡고 있다. 로펌들이 받는 수임료는 일한 시간에 변호사별 시간당 비용을 곱하는 타임차지 방식으로 계산된다. 재판이 길어지는 시간에 비례해 변호사들의 수임료가 올라가는 구조다. 법원의 눈치보기(?)가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만 배불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의 소송 연장은 재판부엔 부담을 덜어주고, 로펌엔 수임료 수입을 올려줘 결국 법조계만 꿩먹고 알먹는 격”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