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8일 오후 1시48분 보도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8월 프랑스 유명 향수 브랜드 ‘아닉구탈’을 인수한 직후 단행한 인사에서 기획ㆍ재경부문을 총괄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 배동현 부사장을 그룹 지주회사인 (주)아모레퍼시픽그룹의 대표이사를 겸직하도록 했다.



창업 2세인 서경배 사장의 그룹 단독 대표체제가 처음으로 서 사장 및 배 부사장의 각자 대표체제로 바뀐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와의 전쟁 속에서 인수ㆍ합병(M&A)을 통한 외형 확장을 본격화하기 위해 CFO 역할을 강화한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CFO의 위상 강화는 최근 대기업 임원 인사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다. CFO가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하는 일은 이미 다반사다. 최근엔 ‘사장 타이틀’을 단 CFO도 속출하고 있다.

◆‘사장급 CFO’ 속출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사장급 CFO는 모두 5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윤주화 삼성전자 사장, 조석제 LG화학 사장,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신용삼 LG유플러스 사장, 정윤택 (주)효성 사장이 그들이다. 시가총액 100대 기업 밖이긴 하지만 (주)STX의 변용희 사장과 LG패션의 오규식 사장도 CFO로서 최근 사장직에 오른 인물이다.

LG 계열에는 사장급 CFO들이 유난히 많다. 조석제 사장은 LG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당시 (주)LG에서 재무를 책임지며 실무를 맡았던 인물이다. 2010년부터 LG화학 사장 으로 승진해 CFO로 일하고 있다. 세계적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업체인 만큼 향후 M&A와 성장 전략을 짜는 데 조 사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유플러스는 효율적인 조직 관리를 위해 작년 말 경영관리총괄을 새로 만들면서 전 LG경영개발원 신용삼 사장을 경영관리총괄 사장에 임명하고, CFO도 겸임하도록 했다.

사장급으로 격상되는 CFO가 늘자 재계에선 ‘CEFO’가 뜬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CEFO란 CEO와 CFO를 조합한 단어다. CFO가 단순 재무총괄에서 벗어나 M&A나 대규모 투자 등 CEO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공유하는 역할로 위상이 높아지는 현상을 대변하는 말이다.

임우돈 한국CFO협회 사무총장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불황이라는 위기와 선진국 경쟁자의 추락이라는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다”며 “기업들이 숫자에 밝으면서도 M&A 등 외형확장 전략도 적절히 추구할 수 있는 CFO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10대 기업 CFO 잇단 ‘세대교체’

CFO의 위상과 역할이 강화되는 가운데 대기업의 CFO 세대 교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시가총액 10대 기업 중엔 최근 정기주총 등을 통해 새로운 CFO가 속속 탄생했다. 시가총액 2위인 현대자동차는 CFO를 종전 이정대 부회장에서 이원희 재경본부장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1960년 생인 이 부사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웨스턴일리노이대에서 회계학 석사를 받았다.

현대차와 같은 그룹 계열사인 기아자동차도 박한우 현대차 인도법인장을 재경본부장(부사장)으로 발탁했다. 1958년생인 박 부사장은 단국대 경영학교를 졸업한 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이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을 이끌던 시절에 입사했다.

시가총액 3위인 포스코는 박기홍 전무를 전략기획총괄담당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CFO를 맡겼다. 박 부사장은 1958년생으로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포스코경영연구소장, 포스코 경영기획실장, 성장투자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박동휘/이상열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