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상환 합병(cash-out merger)’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의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방식이 채택되면 KB금융, 신한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회사가 우리금융 통합을 검토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 6일 서울 예금보험공사에서 JP모건 삼성증권 대우증권(이상 재무전략 자문) 세종(법률 자문) 삼일PwC(회계 자문)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간담회를 열어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공자위 관계자는 “지분매각 방식과 함께 개정 상법이 새로 허용한 현금상환 합병방식을 우리금융 민영화에 활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공자위가 현금상환 합병을 우리금융 민영화의 유력한 방안으로 상정한 것은 다른 금융지주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 지분(56.97%)을 파는 것이다. 하지만 KB금융 신한금융 등의 금융지주는 지분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에 따라 다른 금융지주를 소유하려면 지분 95% 이상을 가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자금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10조3000억원을 웃돈다. 정부 지분을 사겠다는 곳은 있지만 모두 사모펀드여서 지난해엔 입찰이 무산된 바 있다.

다른 방식은 합병이다. 합병은 주식을 교환하는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돈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합병회사의 주식을 정부가 갖게 된다는 점에서 다른 금융지주회사들은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정부 내에서도 우리금융 민영화인지 다른 금융지주의 국영화인지 알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현금상환 합병은 교환하는 주식의 일부 혹은 상당 부분을 현금이나 회사채로 지급하는 것이다. 다른 금융지주 입장에선 단순 합병 때보다 정부 지분율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매각 주관사 관계자는 “합병 방식이라고 가정할 때 정부가 갖게 되는 통합 금융지주의 지분율은 20% 안팎이 될 것”이라며 “합병 과정에서 일부 현금을 받고 잔여 지분은 순차적으로 매각하면 우리금융 민영화와 공적자금 회수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자위의 이 같은 구상에 대해 KB금융, 신한금융 등은 “매각공고가 나오면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선 KB금융, 신한금융 등이 우리금융 민영화에 참여할지 말지 판단하는 데 방식이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을 통합했을 때 시너지가 있을지, 독과점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지 등이 훨씬 더 중요한 검토사항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 현금상환 합병

cash-out merger. 교부금 합병이라고도 한다. 합병할 때 존속회사(합병법인)가 소멸회사 주주에게 존속회사 주식을 주는 대신 현금이나 현물 혹은 회사채 등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오는 15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상법에 새롭게 포함됐다.

류시훈/이상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