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에 핵개발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원자력발전이나 의료용 등 민간 핵프로그램은 인정하되 핵무기 개발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최근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에게 이란의 민간 핵프로그램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8일 보도했다. 터키는 이란과 미, 유럽 간 핵협상을 중재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허용하는 핵 프로그램은 원자력발전과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 등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발 물러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이니와의 발언에 대한 답변으로 풀이된다. 하메이니는 지난 2월 “이란은 지금까지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란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현재 협상 장소를 터키에서 이라크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터키가 미국의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 5일 이란을 방문, 하메이니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을 만나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러나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최근 완공된 이란의 프로도 핵시설을 폐쇄하지 않으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은 이란에 농축우라늄 생산을 중단할 것과 이미 저장된 핵연료의 국외 반출을 촉구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평화적 타결을 위한 시간이 막바지에 달했다”며 “이란은 즉각 협상의 창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지도부가 미국과 유럽의 요구를 받아들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이란 지도부 내에서는 핵개발을 계속해야 한다는 강경파와 협상을 주장하는 온건파가 맞서고 있다. NYT는 “이란 지도부가 정치적 내분을 감수하면서 요구사항을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강경한 요구조건이 오히려 강경파의 입지를 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