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이 거세지자 민주통합당이 결국 사과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지난 7일 “김 후보의 과거 발언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분명 잘못된 것”이라며 “당은 김 후보에게 사퇴를 권고했으나 김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심판받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우회적인 방법으로 “김 후보는 사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기도 하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사과문을 통해 이번 선거를 ‘특권재벌경제로 민생을 파탄시킨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로 규정했다. 이번 정부 들어 고물가 등으로 서민 생활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1%로 김영삼(7.4%) 김대중(5.0%) 노무현(4.3%) 정부 때보다 낮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같은 외부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는 데 전문가들은 큰 이견이 없다.
그런데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3%의 10배 이상에 이르는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들의 선전 덕분이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치권에서 자신들의 실수나 잘못을 덮기 위해 다른 곳으로 책임을 돌리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에도 반(反) 대기업 정서를 자극해 막말 논란을 희석시켜보려는 의도가 담긴 듯하다. 지난 6일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사상 최대인 5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갤럭시 노트 등의 신제품으로 애플과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서 거둔 값진 성과다. 한 대표의 말대로라면 이 같은 성과가 ‘특권 재벌’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롤랜드버거컨설팅 일본 법인의 모리 켄 사장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정작 한국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 초일류 기업으로 대접받으며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을 ‘특권 재벌’이라고 폄하하는 것이야말로 ‘막말’이 아닐까.
서욱진 산업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