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 8일 오전 10시40분 보도

강원도 춘천시와 경기도 가평군 사이에 위치한 남이섬은 원래 불모지였다. 청평댐이 생기기 전까진 육지였다가 홍수가 나면 섬으로 변했다.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고(故) 민병도 선생은 1965년 모래밖에 없던 남이섬을 매입하고 개발을 시작했다. 종합휴양지로 조성하기 위해 이듬해 경춘관광개발(주)을 설립했다.

이후 (주)남이섬으로 회사명을 바꾼 이 회사는 첫 삽을 뜬 지 47년 만인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증시 기업공개(IPO)를 바라보게 됐다. 1970년대 초반부터 개발된 경남 거제시 부근 외도보타니아도 최근 실적이 호전되고 있어 국내 증시에 휴양섬이 잇따라 상장하게 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남이섬 영업이익 60% 급증

작년 (주)남이섬은 매출 242억원, 영업이익 68억원의 실적을 냈다. 매출은 전년보다 40.2%, 영업이익은 59.5% 급증하며 상장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주)남이섬은 이미 2010년 삼성증권과 IPO 주관 계약을 맺은 상태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성공으로 관광지로 주목받은 지 10년 만의 일이다. 지난해 일본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어 외국인 42만명을 포함해 총 230만명의 관광객이 남이섬을 찾았다.

1970년대 초반 교사 출신인 이창호 최호숙 부부가 개발하기 시작한 경남 거제시 부근의 외도보타니아도 IPO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부는 처음에 농장을 조성하려 했지만 겨울에 닥친 한파로 물거품이 되는 아픔을 거쳐 식물원을 구상했다.

40년가량 개발한 외도보타니아는 한반도 남쪽 대표 휴양지로 우뚝 섰다. 이 휴양섬을 운영하는 (주)외도보타니아는 지난해 매출 97억원, 영업이익 37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17.1% 늘었고, 영업이익은 8.0% 증가했다. 매출은 아직 작은 편이지만 영업이익률은 38.9%로 남이섬(28.2%)보다 높다.

◆남이섬 등의 상장 가능성은

(주)남이섬은 그래픽 디자이너 강우현 씨가 2001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 민병도 선생의 장남인 민웅기 씨(16.96%)를 비롯해 민범기(20.48%) 민광기 씨(13.29%) 등 일가가 대주주이고, 강 대표이사도 6.62%를 보유하고 있다.

(주)남이섬은 상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관 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은 상장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상장을 통해 홍보 효과를 내고 자금조달을 꾀할 수 있는 데다 상속 이슈를 원활하게 풀 수 있어 수년 내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외도보타니아는 이창호 회장이 별세하고 부인인 최호숙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최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외도 관계자는 “아직 상장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며 “장기적으로는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휴양섬이 증시에 상장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미국·일본 등 선진국 증시에도 테마파크는 상장된 사례가 있지만 남이섬이나 외도 같은 휴양섬이 상장된 사례는 없다.

실적이 받쳐준다면 특이업종이지만 상장 심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제조업종이나 서비스업종이 아닌 특이업종이라면 수입 구조와 함께 국민 정서와 코스닥 정체성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도 “성장성 측면에서 심사 이슈가 있을 수 있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