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8일 오전 7시19분 보도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만 52세 부사장.’

한국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평균 모델이다. CFO가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는 ‘성장 전략을 마련하고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재무 총괄에서 벗어나 주요 경영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등 역할이 커지는 추세를 반영하는 대목이다.
이는 한국경제신문이 삼성전자 등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98곳(CFO가 공석인 기업 제외)의 CFO 프로필을 분석하고 78개 기업의 CFO 및 재무담당 임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국내 시가총액 100대 기업 CFO들의 평균 연령은 52.6세였다. 최연소 CFO는 39세인 웅진코웨이의 김상준 전략기획본부장(상무)이었고, 최고령은 62세인 대한항공의 이상균 재무본부장(부사장)이었다.

출생 지역은 서울이 26.5%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북(18.4%) 경남(14.3%) 경기·부산(각 8.2%) 대구(6.1%) 순이었다. 학력별로는 대졸(62.2%)이 가장 많았으며 석사(34.7%) 박사(2.0%) 고졸(1.0%)이 뒤를 이었다.

출신 대학교는 서울대가 4명 중 1명꼴인 24.7%를 차지했다. 연세대는 12.4%, 고려대는 10.3%로 각각 2, 3위였다. 지방대 중에는 영남대 출신 CFO가 8.2%로 성균관대와 공동으로 4위에 올라 주목을 끌었다.

학과별로는 서울대 경영학과가 11명(11.3%)의 CFO를 배출, 국내 ‘대기업 CFO의 산실’임을 입증했다. 서울대 경제학과(국제경제학 포함)는 8.2%로 2위에 올랐다. 연세대 경영학과는 6.2%로 3위였다. 경북대 회계학과와 영남대 경영학과는 4.1%로, 고려대 경영학과와 공동 4위를 차지했다.

CFO가 가장 집중해야 할 업무로는 설문조사 대상자의 41.9%가 ‘성장 전략 마련 및 신성장 동력 발굴’을 꼽았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이 21.4%로 뒤를 이었다.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 정상화’(16.2%), ‘원활한 국내외 자금조달’(15.3%) 등 CFO의 전통적인 업무는 뒤로 밀렸다. 임우돈 한국CFO협회 사무총장은 “CFO의 역할이 과거 자금과 회계 업무에 국한됐던 ‘경리 역할’에서 신성장 동력 발굴이나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같은 경영 전략가 및 리스크 관리자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주주·CEO 견제역할 부족” 지적도


국내 기업들이 고도성장하며 만성적 자금 부족에 시달렸던 1997년 외환위기 전에는 자금조달 업무가,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기에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CFO의 핵심 역할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후반 이후부터는 국내 CFO 역할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기초 조사부터 구체적 실행·투자 전략을 마련하고 만성적인 위기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쪽으로 바뀌었음을 기업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기업들에 견주어 국내 CFO의 위상은 최대주주, 최고경영자(CEO) 등과 비교해 개선할 필요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설문조사 대상자의 66.7%는 ‘국내 CFO는 아직까지 대주주 및 CEO 등의 잘못된 경영 판단에 대한 견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주주 및 CEO의 견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답변(23.1%)보다 배 이상 높은 수치다.

■ CFO

chief financial officer. 회사의 경리, 자금, 원가 등 재경 부문을 총괄하는 임원으로 통상 최고경영자(CEO)에 이은 2인자다. 주로 재무담당 임원을 지칭했으나 최근 기업의 활동이 넓어지고 글로벌화하면서 전략적 관점에서 기획 및 재무 전략을 수립·수행하는 CFO들이 늘고 있다.

이상열/이태호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