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금녀(禁女)의 벽이 가장 높았던 분야는 스포츠다. 여성은 겁이 많고 나약하며, 남성의 부속물쯤으로 여긴 탓이다. BC 776년~AD 393년 열렸던 고대 올림픽은 철저히 남성만의 행사였다. 맨발에 벌거벗고 힘을 겨뤘다. 여성의 참가 금지는 물론 몰래 관람하다 적발되면 중형에 처했다.

1896년 근대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금녀 원칙은 유지됐다. 그러나 1900년 파리 올림픽부터 테니스와 골프에 여성 참가가 허용됐다. 최근에는 유도(1992년) 축구(1996년) 수구(2000년) 레슬링(2004년) 등 격한 종목에도 문호가 열렸다.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진 것도 100년이 채 안 된다. 미국이 1920년, 영국은 1928년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했다. 중동 국가들은 2000년대 들어서야 이를 인정했다. 마지막 남은 사우디아라비아도 2015년부터 여성의 투표를 허용한다고 한다.

여성에 관한 터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뿌리가 깊다. 여성에게만 있는 월경이 달의 주기와 비슷해, 부정(不淨)하다고 여긴 것이다. 월경을 이브가 타락한 결과로 본 기독교는 물론, 유대교 이슬람교도 마찬가지였다. 로마시대 플리니우스는 《박물지》에서 월경의 피가 스치기만 해도 나무나 곡물이 고사된다고 썼다. 로마교황청은 지금도 예수의 열두 제자가 모두 남성이란 이유로 여성 사제를 불허해 종종 비난을 산다.

국내에선 여성이 이른 아침이나 정초에 남의 집에 가거나 상점의 첫 손님으로 오면 부정탄다고 꺼렸다. 일본에서도 여인금제(女人禁制)라 해서 사찰 주변에 경계를 설치하고 여성의 출입을 막았다.

요즘엔 이런 여성 금기 자체가 웃음거리다. 근거 없는 편견일 뿐이다. 여성이 더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도 수두룩하다. 남성 전유물이던 영국 근위대가 500여년 만에 여성 근위병을 받았고, 스위스 근위병에도 여성이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 베네치아 곤돌라에 첫 여성 사공이 등장했고 F1(포뮬러원)의 여성 드라이버도 5명이 나왔다.

마스터스 골프대회를 주관하는 미국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이 80년간 ‘금녀 정책’으로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올해는 3대 후원사인 IBM의 여성 CEO 지니 로메티에게 오거스타 측이 회원권을 줄지 관심을 모았다.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대선주자인 미트 롬니까지 비난에 가세했다.

오거스타 측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직도 골프(GOLF)가 ‘신사 외 여성 출입금지(Gentleman Only Lady Forbidden)’의 약자로 여기는 모양이다. 지켜야 할 전통과 편견·아집을 구분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