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명의로 돌려놓은 부동산(명의신탁 부동산)을 법이 정한 유예기간(1년) 내에 실명으로 등기전환하지 않았다 해도 모두 과징금 부과 대상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명의신탁 시점이 아니라 유예기간 경과 시점에서 실제 소유주가 세금을 탈루하거나 강제집행을 면하려는 등의 목적이 있었는지를 판단해서 과징금 부과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박모씨(70)가 경기도 화성시 동부출장소장을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기존 명의신탁자가 배우자 명의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등기한 경우 조세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 제한을 회피할 목적이 없다면 1년의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등기하지 않았더라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며 “박씨가 해당 부동산을 취득했을 당시 법령상 제한 등을 회피할 목적이 있었다 해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은 법 시행 전 명의신탁된 부동산은 법 시행일(1995년 7월1일)부터 1년 이내에 실명으로 등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씨는 1988년 부동산을 구입한 뒤 농지취득 자격 요건에 맞추기 위해 부인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했으나 1년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으로 전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박씨는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이 지나기 전에 농지개혁법 폐지로 농지취득 제한이 사라져 과징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1심과 2심은 “취득 당시 법을 회피할 목적이 있었다”며 박씨의 패소를 판결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