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회의서 기조연설…신흥국엔 "한국 배워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한은의 금융안정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 총재는 10일 한은과 국제결제은행(BIS), 국제통화기금(IMF)과 공동으로 주최한 회의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개정 한은법의 당위성과 함께 새로운 통화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김 총재는 "금융위기 이후 금융감독체계가 거시건전성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되는 게 세계적 추세"라며 "한국의 한은법 개정도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적절히 반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금융안정 기능을 강화한 새로운 통화정책 방향을 언급했다.

김 총재는 "금융안정은 통화정책만으로는 이룰 수 없으며 거시건전성정책을 통환 보완이 필요하다"며 "자산가격, 신용총량 등 거시건전성정책 대상 변수까지 통화정책의 범위를 확대시키는 주장은 중앙은행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또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을 조화롭게 운용하려면 거시건전성정책의 '지배구조'가 관건"이라며 "중앙은행이 거시건전성정책을 수행하는 당국(policy committee)으로서 구실을 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금융감독원 등이 맡은 금융안정 업무 영역에 한은이 더 큰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신흥시장국을 향해 한국은행을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있다는 조언도 했다.

김 총재는 "신흥시장국에는 자본 유출입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한 정책방안 마련이 긴요하다.

한국의 노력이 좋은 사례가 된다"고 제언했다.

이는 미국ㆍ유럽의 양적완화 기조로 풀린 자금이 신흥시장국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으나 급격한 유출 가능성도 커 해당국들의 금융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 총재는 "상대적으로 자본유출입 변동이 큰 신흥시장국에 금융불안이 확산할 수 있다"며 한국의 '은행에 대한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와 '비예금성 외화부채에 대한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 등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 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는 한국은행이 BIS, IMF와 함께 '거시-금융간 연계성: 통화 및 금융안정 정책에 대한 시사점'이란 주제로 열린다.

은행ㆍ유사은행 규제, 영업모델, 금융규제의 비용과 유효성, 통화정책과 거시경제, 금융 간 연계성 주제가 다뤄진다.

BIS, IMF,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유럽중앙은행 등에서 50여 명의 금융전문가가 참가한다.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