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10일 오후 4시45분 보도

“한국 투자자들은 그리스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버려라. 중국에 80여일마다 그리스만한 경제가 생겨나고 있다.”

브릭스(BRICs)란 단어를 만든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사진)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만큼 급성장하는 중국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데 집중하란 것이다.

중국의 경착륙 우려에 대해 그는 “중국의 성공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얘기”라고 일축했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기업들은 브릭스 등 중산층이 증가하는 국가에 진출해 성공할 만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그리스 등 유럽이 더 어려워질까.

“시장 관계자와 언론들이 지나치게 그리스에 집착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재정위기가 악화되지 않는다면 유로존 위기가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투자자들은 유로존이 아니라 중국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80여일(11.5주)마다 그리스만한 경제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착륙 우려가 많은데.

“중국 경착륙 우려는 중국의 성장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실증적 증거를 무시하고 만든 말이다. 그들에게 베이징 상하이 이외에 중국의 다른 지역을 방문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중국 정부의 의도에 따른 것이다. 수출에서 내수로 성장축을 바꾸는 과정이다. 놀라운 사실은 정부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이 그다지 둔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중국의 가장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될 것으로 보나.

“달러와 위안 둘다 승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10년간 달러 위안 유로가 주요 통화 역할을 분담하게 될 것이다. 기축통화가 다양해지는 시대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달러를 대거 팔아치우는 것은 위험하다.”

▷한국을 ‘성장시장’으로 지목했는데.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가까운 선진국이다. 골드만삭스 성장환경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캐나다를 제외한 어떤 주요 7개국(G7)보다 낫다. 자동차 전자 철강 등은 글로벌 산업을 이끌고 있다. 브릭스 에 진출해 성공할 만한 경쟁력을 갖춘 산업도 보인다. 홈쇼핑이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

▷미국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미국은 제조업 정보기술(IT) 금융 등 경쟁력있는 주요 산업을 갖고 있다. 미국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역사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을 갖춘 국가라는 점을 수차례 증명해왔기 때문이다. 유리한 인구구조와 높은 생산성 등의 강점이 위기로부터 탈출을 이끌었다. 미국을 꽤 낙관적(bullish)으로 보고 있다. 올해와 내년 놀랄 만큼 회복될 것이다. 주택시장이 반등하고, 제조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브라질과 러시아 경제에 대한 전망은.

“브라질 러시아 모두 자원이 많은 나라들이 빠질 수 있는 ‘네덜란드 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역사적으로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 제조업 발전이 둔화돼 이것이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해온 사례가 많다. 두 나라 가운데 브라질은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 인구가 2억명에 이르러 내수가 탄탄한 데다 경제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고유가가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을까.

“유가가 계속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원유 수요가 줄었다. 중국도 성장의 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대체에너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도 원유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천연가스가 대표적인 예다. ”

▷한 나라를 골라 투자한다면.

“너무 많다. 주식이 정말 싸다.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이탈리아 일본 등 많은 나라 주식이 매력적이다. 딱 한 나라를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다.”

▷미래를 보는 인사이트는 어디서 얻나.

“골드만삭스에서 15년간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자산운용 회장을 지내면서 미래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됐다. 전 세계를 여행하고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미래를 읽는 것은 내 DNA(유전자)의 일부다.”

짐 오닐은, '브릭스·믹트' 용어 창시…하루 1조달러 주물러

‘브릭스(BRICs)’라는 용어를 만든 ‘스타 이코노미스트’다. 2010년 9월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 취임 이전 15년간 골드만삭스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그는 2001년 골드만삭스이코노믹리뷰에 실린 보고서에서 인구가 많고, 경제규모가 큰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이 세계 경제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발표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후 브릭스 국가들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비즈니스위크는 그를 ‘골드만삭스의 록스타’라고 평가했다.

2010년 12월 투자보고서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경제 강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성장시장(Growth Market)으로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를 꼽았다. 이들 국가의 머리글자를 따 ‘믹트(MIKT)’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영국 셰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서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골드만삭스에 합류하기 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스위스뱅크 등을 거쳤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