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오픈서 시즌 첫승 노리는 김하늘 "벙커샷 연습 너무 많이 했나"
“뭐! 8일 만에 샌드웨지가 다 닳아버렸다고?”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상금왕, 대상, 다승왕을 휩쓸었던 김하늘(24·사진)은 지난달 초청 선수로 미국 LPGA투어 기아클래식과 나비스코챔피언십에 출전했다. 대회를 앞두고 지난해 사용했던 타이틀리스트 클럽을 버리고 캘러웨이 제품으로 전격 교체했다. 새 클럽을 받은 김하늘은 국내에서 하기 힘든 벙커샷 연습에 몰두했다.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던지 8일 만에 샌드웨지가 닳아 사용하지 못할 정도가 돼버렸다. 캘러웨이 담당자는 이 닳을 대로 닳은 샌드웨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김하늘은 “벙커샷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뻥순이’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하늘은 12일 막을 올리는 KLPGA 롯데마트여자오픈(총상금 5억원·우승상금 1억원)에 출전한다. 겨우내 갈고닦은 벙커샷과 쇼트게임을 내세워 2년 연속 상금왕에 도전한다.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11위에 올라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다. 미국에서 돌아온 지 1주일이 넘었지만 시차 적응이 더뎌 이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올해 김하늘의 강력한 라이벌은 양수진(21)이다. 지난해 상금랭킹 4위를 한 양수진은 국내 여자 선수 가운데 최장타자다. 작년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 256야드로 1위를 했다. 양수진은 “실제는 이보다 더 나간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0~15야드 정도 더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한 달간 중국에서 아마추어 국가대표들과 훈련을 함께하면서 체력도 기르고 정신무장도 새롭게 했다. 또 양수진은 미국에서 활약하고 돌아온 정일미(40)로부터 쇼트게임을 집중적으로 레슨받았다. 그는 “올해 4~5승을 거둬 상금왕에 오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감기가 심하게 걸려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고 있는 게 흠이다.

대회 장소인 롯데스카이힐제주CC(파72·6238야드)의 18번홀(파5·486야드)에서는 이색 이벤트가 펼쳐진다. 티잉그라운드에서 245m 떨어진 페어웨이에 그려 놓은 지름 15m짜리 커다란 원에 볼을 안착시키는 선수에게 라운드 직후 상금으로 현금 100만원을 준다. 올해는 15m 원 안에 6m짜리 원을 하나 더 만들어 ‘통큰 골드’라고 이름붙였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200만원이 즉석에서 지급된다.

이 홀은 오르막이어서 티잉그라운드에서 페어웨이 낙하지점이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 260야드 이상을 쳐야 하기 때문에 장타자가 아니면 원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270야드를 넘게 치는 양수진은 지난해 이 존을 넘겼다. 그는 “올해도 상금에 개의치 않고 드라이버를 쳐 ‘2온’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