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선택은 안정과 세대교체였다. 11일 열렸던 북한 조선노동당 4차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은 후견인 그룹을 통해 안정을 도모하면서 신진엘리트를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김정은식 ‘내사람 심기’가 시작된 셈이다.

김정은의 후견인 그룹인 고모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과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영향력은 이번 회의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김경희는 당 비서에 선출돼 실질적인 ‘2인자’임을 과시했다. 최근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가 입수한 김 위원장의 유언에 따르면 김경희는 △김정은을 보좌하고 △김정일의 모든 자식과 식구들을 끝까지 돌보며 △국내외의 모든 비자금을 관리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2일 “김경희는 김정일의 유훈을 총괄적으로 집행하는 인물”이라며 “당 제1비서인 김정은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직책인 ‘조직비서’에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장성택은 당 정치국 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세대교체 현상도 뚜렷해졌다. 특히 ‘장성택계’로 불리는 신진엘리트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올해 62세인 최용해는 노동당 근로담당비서로서 김정은에 대한 청년동맹원들의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와 함께 군부 내 최고직책으로 꼽히는 인민군 총정치국장에도 임명됐다. 군 총정치국장은 인민군에 대한 당적지도, 즉 군 조직 내 사상·정치 관련 활동을 통솔하는 자리다. 우리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국가안전보위부장에 임명된 김원홍(67) 역시 장성택의 측근이다. 우리의 기무사령관에 해당하는 인민군 보위사령관으로 정보업무에 종사하며 장성택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아왔다.

김정일 위원장의 측근이었던 김영춘과 현철해는 한직으로 물러나는 모양새다. 김영춘은 인민무력부장 자리를 김정각에게 내준 뒤 다른 자리에 앉았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김영춘이 맡은 직책은 그동안 유명무실화됐던 군사부장일 가능성이 크다”며 “서서히 명예롭게 퇴진하는 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의 경제사령탑은 박봉주 전 총리와 곽범기 신임비서가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봉주는 북한 내에서 실용적 개혁성향이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2002년 경영자율성 부여, 수익에 따른 분배 차등화 등 자본주의 요소를 일부 도입한 7ㆍ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주도했으나 이후 자본주의 확산의 책임을 물어 2007년 해임된 뒤 평안남도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좌천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에 모습을 드러낸 뒤 당 경공업 제1부부장으로 복권돼 중앙정치무대로 돌아왔다.

곽범기는 당 비서, 정치국 후보위원, 부장 직위를 한꺼번에 얻으며 깜짝 등장했다. 함경남도 도당위원장 출신으로, 2010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북한이 선전해온 ‘함남의 불길’의 상징적인 존재인 셈이다. 곽범기의 중앙무대 기용은 ‘함남의 불길’을 전국적으로 선전하고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편 13일 예정된 북한최고인민회의 5차회의에서 김정은이 국방위원장직을 승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