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도, 가장 영리한 종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적극적인(the most responsive to change) 종이 결국 생존한다.”(찰스 다윈)

기업은 가만히 있으면 망하게 돼 있다. 고객들은 한 푼이라도 싸게 팔라하고 투자자들은 배당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챙겨가려 한다. 협력업체들은 납품단가를, 종업원들은 임금을 올려달라는 요구를 멈추지 않는다. 정부를 비롯한 사회는 기업에 ‘성의있는’ 책임을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내외부의 문제를 해결하며 닥쳐오는 시련을 이겨내는 생존투쟁이 필요하다. 기업이 하는 업(業)의 본질을 ‘환경적응업’이라고 정의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나 공공기관 등 법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은 딱딱해서 변신이 어렵지만 기업은 비교적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 중요한 환경변화를 읽고 그에 맞춰 조직을 바꿀 수 있는 회사는 오래 살아남고 반대로 변화에 더딘 기업은 하루 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다.

선거에서 변화방향 읽어야

기업이 참고해야 할 중요한 환경 중 하나가 바로 정책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직후에는 생각해야 할 것이 훨씬 많아진다.

여당이 승리한 이번 선거는 표면적으로는 많은 환경 변화를 예고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21세기 들어 불고 있는 기업환경 변화의 큰 폭풍이 구체화되는 부분이 상당수 있다.

우선 중장년층의 움직임을 보자. 선거야말로 중장년층의 가치를 재확인시켜주는 이벤트라고들 하지만 이번에는 특히 그랬다. 60대 이상의 투표율은 76.3%로 18대 총선(65.5%)을 압도했다. 18대 때 60.3%에 그친 50대의 경우도 76.6%로 연령대 가운데 최고 기록을 세웠다. 기업은 여전히 젊은층이 소비 주도층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과연 그럴까.

막판까지 피를 말리는 박빙승부가 이렇게 많이 연출된 적도 없었다. 1000표차 이내에서 승부가 갈린 선거구가 11곳이나 됐다. 후보자의 악수 한 번이 승부를 갈랐다고 볼 수도 있다. 사실 기업경영은 수년 사이 대면보다는 인터넷이나 전화 같은 간접적인 수단으로 고객관리 중심이 옮겨간 측면이 있다. 그러나 다시 고객접점을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챙겨야 한다. 정성 하나가 승패를 결정짓는 시대가 왔다는 걸 절감해야 한다.

중장년·고객 접점·SNS 주목

여성들과 초선의원들의 약진도 눈여겨봐야 한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바람이 여의도에 불어닥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빠뜨릴 수 없는 변화가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새로운 소통 도구다. 고객들과의 소통도구를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고민해야 하는 숙제가 기업으로 다시 넘어온 것이다.

환경에 적응하라는 것은 편법을 쓰라는 얘기가 아니다. 큰 흐름을 읽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SSM(기업형 수퍼마켓) 규제 때문에 이달부터 주말 강제휴무를 해야 하는 대형마트를 보자. 겉으로는 우는 소리를 하지만 이미 강제휴무에 대비해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계획적 소비를 유도하는 준비를 끝낸 기업이 대부분이다.

중요한 점은 변화의 단초를 정치권에서가 아니라 국민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는 여론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의사 결정 방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알려주는 살아 있는 자료다. 그 디테일을 음미하며 새로운 변신을 준비할 때다.

권영설 편집국 미래전략실장 겸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