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에서 골프마케팅을 펼치는 기업은 70개로 집계됐다. 골프 선수를 1명 이상 후원하는 기업은 55개, 선수는 후원하지 않고 대회만 여는 기업은 15개로 나타났다.

12일 한국경제신문이 조사한 결과 골프 선수를 후원하는 55개 기업 중 골프용품사와 골프장 등 골프 관련 기업 14개를 제외한 일반 기업은 36개였다. 가장 활발하게 골프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금융 관련 기업으로 모두 12개였다.

◆4대 금융그룹 자존심 대결

국내 4대 금융그룹이 골프 선수 후원과 대회 개최 등으로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미국 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양용은과 LPGA투어의 양희영 한희원 등을 후원하고 있으며 국내 여자 메이저대회인 KB금융STAR챔피언십과 한·일 대항전인 밀리언야드컵 등을 지원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김경태 강성훈 한창원 등을 후원하면서 국내 남자대회인 신한동해오픈을 개최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김인경 박희영 등을 후원하고 미국 LPGA투어인 하나은행챔피언십의 메인스폰서를 맡고 있다. KDB산은금융그룹은 박세리를 후원하면서 여자대회 대우증권클래식을 열고 있다.

◆롯데그룹 가장 활발한 골프마케팅

올해 가장 두드러지게 골프 마케팅을 기획한 곳은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단일 기업으로 가장 많은 9명의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부터 미국 LPGA투어인 롯데LPGA챔피언십을 오는 18일부터 하와이에서 개최한다. 국내 여자대회로는 이번 주 열리는 롯데마트여자오픈과 롯데칸타타여자오픈 등 2개 대회를 주최한다. 미 LPGA대회 총상금이 170만달러(19억4000만원), 2개 국내 대회 총상금이 10억원. 이외에 별도 경비가 3~4배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그룹은 골프에만 100억원이 넘는 거액을 쏟아붓는 셈이다.

◆후원 계약 ‘여고남저’ 현상

선수 후원에서는 ‘여고남저’ 현상이 뚜렷하다.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여자 선수 121명이 메인스폰서를 찾았지만 남자는 76명에 그쳤다.여자 선수는 시드권자 122명 중 24명을 제외한 98명이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미국과 일본에서 뛰는 선수를 합치면 121명이 후원계약금에 인센티브까지 받으며 시즌을 뛴다.

남자의 경우 올시즌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은 76명 중 해외에서 주로 활약하는 최경주 배상문 김경태 강성훈 노승열 이승호 위창수 등을 빼면 69명에 불과하다. 국내 시드권자 157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골프 관련 회사를 뺀 일반 기업과 후원 계약을 맺은 선수는 38명뿐이다.


◆골프 후원, 비용 대비 효과 높다

국내 기업들이 골프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단체운동에 비해 비용도 적게 들고 관리도 쉽다.

특히 TV중계 시간이 길고 3~4일간 이어져 다른 종목보다 브랜드 노출시간이 길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정 신한금융그룹 스포츠마케팅 담당은 “금융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층이 가장 즐기는 스포츠가 골프여서 골프 마케팅에 주력한다”며 “실업팀이나 프로팀을 만들면 코치 선임부터 선수단 관리까지 신경쓸 일이 많지만 골프는 비용만 대면 관리할 게 거의 없어 스폰서하기에 편하고 쉽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