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美 국민들 "빈곤층에 현금 주는 복지는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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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국인들은 복지를 싫어하는가
마틴 길렌스 지음 / 엄자현 옮김 / 영림카디널 / 368쪽 / 1만7000원
마틴 길렌스 지음 / 엄자현 옮김 / 영림카디널 / 368쪽 / 1만7000원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도 복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국민총생산(GN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여느 선진국에 비해 훨씬 작다. GDP의 30% 선인 스칸디나비아국가 사회복지 지출 비중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정부가 지원하는 일반 의료 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하고,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많지 않다. ‘마지못한 사회복지’라거나 ‘사회복지 느림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미국 안팎에서 보는 미국인들은 어느 지역, 어느 세대를 능가하는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복지’라는 말만 하면 알르레기 반응을 보이는 게 현실이다. 경제 발전 추세와는 달리 빈곤율이 30년 전보다 높아졌는데도 말이다. 어찌 된 일일까.
미국 유명 정치학자인 마틴 길렌스 프린스턴대 교수는 《왜 미국인들은 복지를 싫어하는가》를 통해 그 이유를 파헤친다. 보통의 미국인들이 빈곤층에 대해 품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에 초점을 맞춰 실제로 복지를 싫어하는지, 복지에 대한 지지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널리 알려진 대로 미국인들은 경제적인 이기심, 작은 정부와 개인의 자유, 책임감이란 신념과 충돌하기 때문에 복지를 싫어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결론은 비교적 간단하다. 미국인들은 ‘보편적인 복지’를 싫어하지 않으며, 자격이 있는 대상에 대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은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은 현금이나 유사현금 형태로 제공되는 복지 혜택을 말한다.
저자는 경제적인 이기심은 미국인들이 복지를 반대하는 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저소득층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지지율이 부유층에도 동일한 혜택을 주는 보편적 복지 프로그램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설명이다. 경제 불황에도 복지 지출에 대한 지지도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이다. 개인주의는 미국 문화의 핵심 요소지만 개인은 항상 자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개인주의에 대한 집착을 누그러뜨린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다만 복지 수혜자들에 대한 태도는 주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노력을 하지 않고 집에서 빈둥대며 보조금만 타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복지가 가난한 사람들을 의존적으로 만들고, 이들을 계속 가난하게끔 부추긴다고 생각하는 점도 그렇다. 이런 시각은 백인들의 흑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 흑인이 백인보다 직업윤리에 대한 헌신이 부족하다는 근거없는 믿음이 대표적이다. 왜곡된 인종적 태도가 복지 반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흑인 미국인들이 복지 수혜자의 36%에 불과하고, 전체 미국 빈곤층의 27%밖에 안 되는데도 말이다.
저자는 “평범한 미국인들은 ‘어떤 정책이 나에게 최선인가’가 아니라 ‘어떤 정책이 최선인가’라는 정치적 질문을 던진다”며 “복지정책의 틀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인종적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인종 중립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을 조언한다. 또 저자는 “대중은 어려운 시기를 맞아서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등을 돌리지 않고 정부의 빈곤 퇴치 노력 확대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며 “고도로 인종적인 프로그램이라도 ‘자격 있는 빈곤층’을 도와 자립을 유도할 수 있다고 인식되는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미국 안팎에서 보는 미국인들은 어느 지역, 어느 세대를 능가하는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복지’라는 말만 하면 알르레기 반응을 보이는 게 현실이다. 경제 발전 추세와는 달리 빈곤율이 30년 전보다 높아졌는데도 말이다. 어찌 된 일일까.
미국 유명 정치학자인 마틴 길렌스 프린스턴대 교수는 《왜 미국인들은 복지를 싫어하는가》를 통해 그 이유를 파헤친다. 보통의 미국인들이 빈곤층에 대해 품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에 초점을 맞춰 실제로 복지를 싫어하는지, 복지에 대한 지지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널리 알려진 대로 미국인들은 경제적인 이기심, 작은 정부와 개인의 자유, 책임감이란 신념과 충돌하기 때문에 복지를 싫어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결론은 비교적 간단하다. 미국인들은 ‘보편적인 복지’를 싫어하지 않으며, 자격이 있는 대상에 대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은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은 현금이나 유사현금 형태로 제공되는 복지 혜택을 말한다.
저자는 경제적인 이기심은 미국인들이 복지를 반대하는 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저소득층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지지율이 부유층에도 동일한 혜택을 주는 보편적 복지 프로그램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설명이다. 경제 불황에도 복지 지출에 대한 지지도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이다. 개인주의는 미국 문화의 핵심 요소지만 개인은 항상 자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개인주의에 대한 집착을 누그러뜨린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다만 복지 수혜자들에 대한 태도는 주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노력을 하지 않고 집에서 빈둥대며 보조금만 타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복지가 가난한 사람들을 의존적으로 만들고, 이들을 계속 가난하게끔 부추긴다고 생각하는 점도 그렇다. 이런 시각은 백인들의 흑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 흑인이 백인보다 직업윤리에 대한 헌신이 부족하다는 근거없는 믿음이 대표적이다. 왜곡된 인종적 태도가 복지 반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흑인 미국인들이 복지 수혜자의 36%에 불과하고, 전체 미국 빈곤층의 27%밖에 안 되는데도 말이다.
저자는 “평범한 미국인들은 ‘어떤 정책이 나에게 최선인가’가 아니라 ‘어떤 정책이 최선인가’라는 정치적 질문을 던진다”며 “복지정책의 틀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인종적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인종 중립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을 조언한다. 또 저자는 “대중은 어려운 시기를 맞아서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등을 돌리지 않고 정부의 빈곤 퇴치 노력 확대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며 “고도로 인종적인 프로그램이라도 ‘자격 있는 빈곤층’을 도와 자립을 유도할 수 있다고 인식되는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