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그리스 등 유럽 각국이 본격적인 선거 정국에 들어섰다. 경기침체와 재정위기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성장’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 빈부격차 해소에 집중하던 좌파도 우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성장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좌파 후보도 ‘성장’ 앞세운 佛

오는 22일 대선을 치르는 프랑스에선 보수와 진보진영이 앞다퉈 성장정책을 내놓고 있다. 대선 선두주자인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는 11일 프랑스2TV가 주최한 주요 대선후보 토론회에 참석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성장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이 주도한 재정위기 대응책인 신재정협약은 긴축위주 처방으로 규율과 제재 방안만 담고 있다”며 “유럽 국가들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경제성장에 주력하는 것은 재정적자 감축이라는 큰 목표와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올랑드는 지난달 파리에서 열린 유럽좌파정당 지도자 모임에서도 “성장을 촉진하고 고용을 늘리기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며 “대선에서 승리하면 성장 촉진을 위한 추가 경기부양을 범유럽 차원에서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올랑드와 격차를 줄이고 있는 우파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경제성장’을 회심의 역전 카드로 내놨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최근 발표한 대선공약에서 “경제 혁신으로 2016년까지 균형 재정을 이루겠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85.8% 수준인 국가부채를 2017년엔 재정안정국 독일보다 낮은 80.2%까지 낮추겠다고 약속한 것.

파이낸셜타임스는 “사르코지가 임금과 노동시간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해 이웃 독일처럼 성장을 촉진하고 경쟁력을 회복하는 방안을 대선 반격 카드로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도 “사르코지가 법규 단순화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4월 들어 사르코지 대통령은 주요 여론조사에서 1차 투표에선 올랑드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 실시되는 2차 투표에선 올랑드가 여전히 선두지만 격차는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극우파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와 좌파인 공산당의 장뤼크 멜랑숑 후보도 청년 실업자들의 지지를 발판으로 각각 14~16%의 지지율을 얻는 등 약진하고 있다.

◆선거 정국 진입한 그리스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 그리스도 본격적인 선거 정국에 들어섰다. 지난해 11월 총리에 임명돼 구제금융 협상을 마무리했던 루카스 파파데모스 총리는 이날 “내달 6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뒤 총리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리스 의회는 조만간 해산할 예정이다.

그리스 총선의 최대 쟁점도 경제 문제다. 올해 그리스 경제가 5%가량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20%대에 이르는 실업률이 개선되지 않는 등 고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파데모스 총리는 “새 정부는 그리스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경제개혁을 확실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