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관리의 핵심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인적 역량을 적기에 확보하고, 동시에 미래 사업 성장에 따른 인력 수요에 장기적으로 대비해 나가는 것이다. 명확한 전략과 이를 추진할 확고한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작 전략을 실행할 사람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물론 실력과 경험을 갖춘 본사 인력이 해외 현지에 파견돼 근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현지에서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야 하는 글로벌 기업의 궁극적 목표에서 보더라도 이는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다. 글로벌 사업 전략을 진출 시장에 적합하게 실행하는 데 있어서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가 인력의 현지화다. 현지 인재의 확보에서부터 미래에 대비한 리더의 육성에 이르기까지 현지 인력의 역량 강화 해법을 찾는 것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인재관리의 현지화와 글로벌화

1990년대부터 국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글로벌 인재관리의 기본 방향을 정하는 것이었다. 각 지역의 개별적 상황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채택할 것인지, 세계적으로 동일한 표준화 전략을 채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해외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비슷한 고민을 거쳐 왔다. 예를 들어 특송업체 페덱스(FedEx)는 표준화에 가까운 전략을 채택하면서 세계에 걸쳐 공통의 인재관리 정책 및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가구업체 이케아(IKEA)는 현지화 전략을 채택, 공통의 문화 및 규범의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인재관리 정책 및 제도는 현지의 특성에 맞추고 있다. 물론 인재관리의 정책 수준에서는 일정 수준 글로벌 표준을 유지하면서도 제도나 운영 측면에서는 현지 특성을 고려해 현지에 상당 부분 재량권을 주는 방법도 있다.

글로벌 인재관리의 방향에 정답이 있을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 현지화가 바람직할 수도 있고, 글로벌 표준화가 더 적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올바른 방향 설정을 위해서는 현지화냐 표준화냐를 고민하기 이전에 글로벌 사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해외 자회사 간 협력 방안, 구체적인 현지 인력 확보 전략 등을 먼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페덱스와 같이 사업의 특성상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전 세계 조직이 협력해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에는 전 세계 직원의 사고와 행동에 있어 수준 높은 표준화가 요구된다. 따라서 글로벌 특송업체나 컨설팅사 등은 전 세계 공통의 인재관리 정책을 지향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현지 고객의 고유한 취향과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소비재 산업의 경우에는 글로벌 통합보다는 현지 인적자원의 특성을 고려한 인재관리가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생산기지의 역할을 주로 담당하는 조직의 경우에도 해외 진출 초기에는 글로벌 통합보다는 현지 인재를 확보,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글로벌 리더의 육성은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공통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다. 글로벌 리더는 어느 특정 지역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닌, 말 그대로 글로벌 기업 공통의 자산이다. 따라서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신흥시장을 포함한 전 세계 여러 사업장에서 현지법인을 책임지거나 더 나아가서는 지역사업부까지 책임지고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 후보군을 선발, 육성하면서 미래의 인력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일례로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 P&G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3000여명이 넘는 임원급 인사에 대해 상세한 배경 정보를 수집, 인재풀로 관리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신흥시장에서 고용한 현지의 리더급 인력들을 글로벌 차원의 인재관리 프로세스에 포함해 관리하고 있다.

○해외파견을 통한 글로벌 리더 육성

글로벌 차원에서 운영하는 해외파견근무 제도는 해외 자회사에 기술이나 경영관리 역량을 지원하는 측면뿐만 아니라, 미래의 글로벌 사업을 짊어지고 나갈 리더를 육성하는데 있어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언스트앤영은 매년 유럽 미국 아시아 등 주요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해외파견 정책에 대해 조사를 실시해 왔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단지 장·단기적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전략적 목적이나 글로벌 인재육성 차원에서 해외 파견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리더 육성을 조금 더 긴 안목으로 보면 젊은 인재들이 중간 관리자로 성장하기 전에 초기 경력 단계부터 해외파견 기회를 주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방법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하고 입사한 신규 직원 중 우수한 인력을 선발, 해외파견 근무 기회를 주는 것은 물론 여러 기능을 경험할 수 있도록 순환근무제를 도입했다. 이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우수 인력이 초기 단계에서부터 더 많은 해외 경험을 쌓고 전 세계 직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 함께 성장할 수 있게 함으로써 협력적인 글로벌 조직까지 구축하게끔 하는 좋은 방법이다.

○신흥국에서의 현지인력 확보 전쟁

중국, 인도, 브라질과 같은 신흥시장의 경우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이 기대하는 기능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인재는 갈수록 확보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각국 정부가 자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어나갈 인재양성을 위해 교육기관 확충에 힘쓰고 있지만 그 속도가 글로벌 기업들의 성장을 따라잡지 못해 인력수급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본국의 파견인력을 활용하거나 역량을 갖춘 현지인력이 육성되기를 속절없이 기다리는 대신, 우수한 현지인력을 스스로 키우겠다고 직접 나서는 글로벌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유통업체 월마트는 2010년부터 브라질 현지에서 유통전문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7세에서 25세의 현지 젊은이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선진 소매유통업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 이들 중 약 60% 정도가 월마트에 채용되며 나머지 학생들도 그외 다양한 현지 유통업체에 채용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이런 노력은 그들이 원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직접 육성해 채용한다는 직접적인 효과는 물론 현지 기업 이미지와 고용자 브랜드를 제고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현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 대안으로 주목한 것이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유학한 인재들이다. 이들은 태어난 뒤 멀리 떨어진 대양을 누비며 자라다가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바다거북(海龜)에 비유되기도 한다. 예컨대, 글로벌 기업이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공부한 이들을 채용한 뒤 곧바로 중국으로 데려오지 않고 동남아나 유럽지사 등으로 파견, 업무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쌓게 한 뒤 중국에 배치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육성된 인재들은 풍부한 글로벌 경험과 인적 네크워크를 통해 향후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현지에 맞는 직원 가치제안을 개발하라

신흥시장에서 전문적이고 숙련된 현지 인력을 찾기 어려워진다는 것은 곧 피고용인 입장에서 협상력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이 현지의 우수인력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서는 현지 차원의 직원 가치 제안 개발이 중요하다. 기업으로서는 현지 인력들이 자신이 일하고자 하는 직장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가치있게 여기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의 경우 1980년대 이후 출생한 현지 인력들은 단순히 금전적 보상만을 중시하지는 않는다. 급여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조직에서 향후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력개발 기회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인력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입사 후 어떤 단계를 거쳐서 몇 년 만에 최고위직까지 승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현지인들의 승진을 제한하는 ‘보이지 않는 벽(glass ceiling)’이 있어서도 안된다.

글로벌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인재관리를 위해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할 것은 전 세계 모든 인력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일관되고 공정한 인사철학과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다. 현지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포용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함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재상 <언스트앤영 한영 이사>

△고려대 심리학과 졸업, 고려대 경영학 석사, 미 오하이오주립대 MBA
△한솔CSN 인사팀, 머서코리아 부장컨설턴트, 언스트앤영 어드바이저리 이사